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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1주일 뒤엔 등교가능?…뒷북만 치는 교육부 이젠 대책을 내놔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전국 중·고교가 중3·고3부터 온라인으로 개학한 지난 9일 고3 수험생이 서울 강서구의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전국 중·고교가 중3·고3부터 온라인으로 개학한 지난 9일 고3 수험생이 서울 강서구의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뉴스1

“등교 후 계획을 세웠는데, 전부 다 수정해야겠네요.”

서울의 한 일반고에 재학 중인 김모(18)양은 등교가 일주일 미뤄졌다는 얘기를 듣고 혼란스러웠다. 당초 13일 등교에 맞춰 비교과 활동과 학습 계획을 짰는데, 갑작스러운 개학 연기로 모든 게 틀어졌다. 김양은 “등교가 이렇게 늦어질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그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공부했을 것”이라며 “1~2주씩 찔끔찔끔 등교가 미뤄지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등교 강행해 혼란 자초한 교육부  

고3 등교를 이틀 앞둔 11일 초‧중‧고교의 등교가 일제히 일주일 연기되자 학생·학부모는 물론 일선 교사들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여파가 이어질 경우 등교가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이태원 클럽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등교수업 일정 연기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이태원 클럽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등교수업 일정 연기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교육계 안팎에선 교육부의 결정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교육부가 지난달 말 등교개학을 앞두고 여론을 수렴할 당시 감염병 전문가와 교원단체들은 19일 이후 등교를 제안했다. 코로나19의 일반적 잠복기가 14일이라는 점을 고려해 황금연휴가 끝난 뒤 2주가 지난 후에 등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입 일정 등을 고려해 고3은 13일 우선 등교키로 결정했었다.

감염전문가 "일주일 후 등교 장담 못 해" 

등교가 또다시 미뤄졌지만, 그때라고 등교가 가능할지 아무도 장담 못 하는 상황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태원 관련 검사 대상자만 3000명이 대기 중인 상황이라 확진자가 얼마나 될지 모른다. 다음 주에 확진자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커 20일 등교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10시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총 102명으로 늘었고, 수도권 외에 충북‧부산 등에서도 확진자가 이어져 지역사회 감염 우려도 높은 편이다.

지난 6일 오후 경북 김천시 김천여자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온라인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오후 경북 김천시 김천여자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온라인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클럽 발' 확진자 중엔 교사나 학교 직원도 일부 포함돼 있어 학생‧부모의 불안감도 크다. 강원‧광주‧전남교육청은 소속 교직원 중 일부가 황금연휴에 이태원 클럽에 다녀간 사실을 확인하고 자가격리 조처를 한 상태다.

코로나19 장기화 대비해 대책 세워야 

이미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선 교육부가 코로나19 사태를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2주씩 개학을 연기한 것만 총 다섯 차례에 이른다. 온라인 개학도 시행 9일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결정했다. “교육부가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 계획이 변경될 때마다 학교 현장과 사회에서 큰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전교조)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학교들의 등교 재연기가 발표된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방역업체 관계자가 교실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학교들의 등교 재연기가 발표된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방역업체 관계자가 교실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교육부에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한 체계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면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학교와 학부모의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는 전제하에 평가·대입 실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도 “클럽 발 감염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언제 어디에서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확진자가 줄어도 안일하게 생각 말고 중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20일 고3 등교를 앞두고 등교 가능 여부를 다시 발표한다. 하지만 현재처럼 판단 기준이 모호하면 하루 이틀 전에 계획을 뒤엎어야 하는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장기간의 온라인 수업, 돌봄 부담에 지친 학생·부모·교사들에게 다시 한번 혼란을 초래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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