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원내·외 처방 병행…환자들 혼란

중앙일보

입력

병원협회가 원외처방전을 전면 발행키로 한 10일 삼성서울병원, 서울중앙병원, 서울대병원 등 대부분의 병원들은 환자들의 요구에 따라 원외및 원내 처방전 발행을 병행,예상외의 큰 혼란은 없었다.

그러나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원외처방전을 원내처방전으로 바꾸기 위해 길게 줄을 서야 했으며 병원 인근 약국들은 필요한 약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등 의약분업 미비에 따른 불편이 속출했다.

0...한양대병원은 극히 일부 약품을 제외하고는 전면 원외처방을 실시,지난주까지 10%를 밑돌던 원외처방전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허리 골다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신영희(72.여.서울 강남구 개포동) 씨는 "오늘부터 원외처방을 해주는 줄 전혀 몰랐다"면서 "동네 병원에도 약 타러간 환자들이 몰릴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김희옥(51.여.서울 광진구 중곡동) 씨는 "병원에 오기전 동네 약국을 둘러봤지만 필요한 약중 40% 정도 밖에 구비돼있지 않았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0...연세대 부속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당초 계획한 대로 이날까지 원내.외 처방을 병행했다.

이날 오전까지 4대1의 비율로 원내처방전을 받은 환자가 많았으나 원외 처방을 받은 환자들은 "원내 처방을 내려달라"고 곳곳에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원외처방전을 받은 천식환자 김경숙(49.주부.서울 용산구 청파동) 씨는 "병원과 약국을 오고가야 하는게 너무나 불편하고 성가시다"면서 "약국을 가도 원하는 약을구할 수 없는게 많다"고 말했다.

이 병원 인근 연세약국의 경우 3천여종의 약을 준비하고 병원과의 팩스나 온라인 시스템 장비를 구비했으나 아직까지 병원측과 연계가 되지 못한 상태다.

연세약국 권청수(60) 약사는 "필요한 약품은 그럭저럭 갖춰 놓았지만 혈압이나 신경계통 약들은 구하기 힘든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0...경희의료원은 이날 병원 곳곳에 병원장 명의로 "오늘부터 병원 외래약국 폐쇄로 인한 환자불편 해소책 마련을 위해 원외처방전을 발행한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내붙였다.

그러나 이 병원의 일부 의사들은 처음부터 원내처방전을 내려주고 있으며 원외처방전을 내렸더라도 환자들이 원할 경우 외래약국 수납에서 원내처방으로 바꿔주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내 외래약국이 평소와 마찬가지로 환자들이 붐벼 북새통을 이뤘다.

김인중(36.서울 중랑구 중화동) 씨는 "안내문만 보고 오늘 원외처방전만 되는 줄알고 원외처방만 받았다"면서 "병원측이 미리 얘기를 해주지 않아 줄을 서서 원내처방으로 바꿔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0...삼성서울병원과 서울중앙병원은 환자들의 선택에 따라 원내.원외처방전을 발행해주고 있으며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원외처방전이 전체 처방전의 1∼3% 가량,서울중앙병원은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또 고려대 부속 안암병원은 이날 `100% 원외처방전 발행´을 원칙으로 세웠으나,병원노조 파업 여파로 외래수납에서 처방전 전산 입력이 불가능해 거의 대부분 원내처방전을 발행하고 있다.

0...종로ㆍ보령ㆍ평화 등 서울 종로5가 `약국거리´의 대형 약국들은 지난 1일부터 환자들이 가져온 원외처방전을 처방해주기 위해 약품들을 상당량 구입해놓은 상태이지만 병원들이 필요 약품 목록을 통보해주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약국들은 이에따라 앞으로 남은 계도기간 동안 환자들이 가져오는 원외처방전을 근거로 각 약품에 대한 수요 등을 파악, 약품을 구비할 예정이다.

그러나 약국들은 "약품을 주문한 지 40여일이 지났는데도 제약회사로부터 30%가량의 약품을 아직 공급받지 못한데다 외국계 제약회사의 경우 주문한 약품의 수량.종류중 약 10% 만이 배달되는 실정"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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