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업신여기던 백악관, 결국 "모든 직원 마스크 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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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브리핑 중 코로나 진단키트를 꺼내 살펴보는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브리핑 중 코로나 진단키트를 꺼내 살펴보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과 보좌진 사무실 등이 있는 ‘웨스트 윙’에 들어오는 모든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지시했다고 CNN이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오늘 웨스트윙에 출입하는 모든 직원들은 얼굴을 가려야 한다는 내용의 메모가 백악관 직원들에게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마스크나 천으로 입과 코를 가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모는 또 백악관 내 의료실에서 마스크를 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직원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킬 것과 방문객을 제한할 것도 지시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대통령 및 오벌오피스(집무실)의 근접거리에 있는 비밀경호국(SS) 요원들 역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정례 브리핑 등에서 마스크를 한 번도 착용하지 않았다.

지난 5일엔 38일 만의 첫 외부 일정인 마스크 생산시설 방문에서도 고글은 썼지만 마스크는 끝내 쓰지 않는 등 외부 인사와의 만남에서도 마스크를 꺼려 빈축을 샀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참모진들도 마스크 착용에 소홀한 모습을 보여왔다.

백악관이 뒤늦게 신종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근무지침 강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케이티 밀러 마이크 펜스 부통령 대변인의 감염 경로에 대한 정확한 파악조차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티 밀러 펜스 부통령 대변인이 지난 3월 10일 백악관 코로나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케이티 밀러 펜스 부통령 대변인이 지난 3월 10일 백악관 코로나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펜스 부통령실 내부에서는 추가 감염자 발생 가능성이 고조되는 등 백악관이 그야말로 대혼돈에 휩싸인 상황이다.

CNN방송은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밀러 대변인과 접촉한 인사들에 대한 추적 작업에 허둥지둥하며 지난 주말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전날 현재, 당국자들은 밀러 대변인이 어떤 경로로 코로나19에 걸렸는지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CNN은 전했다. 이는 코로나19 발병을 어떻게 억제할지에 대한 백악관 내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보좌진들은 현재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인 군인과 접촉한 사람을 추적 중이다. 이 군인과 웨스트윙 내 다른 직원들 간 접촉은 제한적이지만 다른 보좌역과 직원들 간 전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한편 코로나19 TF 핵심 멤버들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백악관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2주 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펜스 부통령은 측근이 확진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출근을 강행키로 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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