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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고용보험'하자는데 제조업 가입자는 감소.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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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설명회장이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설명회장이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포스트 코로나' 대응 과제로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보험은 실직자 생계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지만, 경기 침체로 채용이 줄면 가입 자체가 어렵다.

4월 가입자 증가, 외환위기 후 최저 

1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4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는 1377만5000명으로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16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증가 폭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4월 이후 최저치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 가입자는 4만명 줄어 8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코로나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등 서비스업에서도 가입자 증가 폭(19만2000명)이 크게 둔화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신규 채용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고용보험 취득자가 12만1000명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29세 이하(-4만900명), 30대(-2만8600명) 등 청년층에서 취득자가 크게 줄었다.

전체·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수 증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체·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수 증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구직급여, 외환위기 후 최고…"예산 초과" 

실업급여(구직급여)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구직급여 신청자는 12만9000명으로 이 역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직급여 지급액은 9933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이대로면 올해 구직급예 예산을 초과할 것이란 관측이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올해 구직급여 배정 예산은 9조원대 후반이지만, 지금 상태로는 12조원 가량이 지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로 필요한 돈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최근 5년간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소비·투자 늘려 취약계층부터 줄여야" 

전문가들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고용보험 가입 문턱을 낮추더라도 경기 활성화 대책이 없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자리 자체가 늘어야 고용보험에 가입자도 늘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시장 역동성이 떨어져 민간 소비·투자가 감소하면 일자리 자체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취약계층은 계속해서 양산된다"며 "취약계층에 재정부터 쓸 생각을 하기보다 취약계층 양산을 최소화할 정책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보험 가입 확대가 오히려 실업률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구직급여 수령을 위해 실업자로 등록하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실업 증가는 다시 구직급여 증가로 이어져 재정 부담이 커지고, 조세 부담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조세 부담 증가로 민간 투자가 줄어드는 '구축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구직급여 확대, 장기적으론 도움" 시각도 

다만 구직급여 지급을 확대하면 노동의 질이 좋아져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동시에 제기된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구직급여를 못 받는 노동자들은 당장 생계가 급해 능력보다 부가가치가 낮은 일자리에 취업하려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기술 진화로 새로운 노동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노동력이 공급되려면, 오랫동안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구직급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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