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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 수요 갈수록 늘어

중앙일보

입력

간병인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직업소개소에는 간병인을 찾는 문의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 이상 걸려오고 있고, 간병인을 알선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10여개 이상 개설됐다.

뇌졸중이나 치매 등 하루종일 병 수발이 필요한 환자는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이들을 돌볼 일손은 크게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병인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가장 큰 불만사항은 적절한 간병인을 제 때 구할 수 없다는 것. 간병인을 교육하는 기관은 물론 대표성을 띤 간병인협회 조차 없다.

대부분 직업소개소를 통해 간병인을 구하거나 병원에서 알선한 사설 간병인단체에서 간병인을 소개받는 것이 고작이다.

뇌졸중으로 드러누운 부친을 간호하기 위해 간병인을 찾는 회사원 김모씨(37.강남구 포이동) 는 "사설기관을 통해 소개받았으나 등을 쳐서 객담을 배출시키거나 욕창방지를 위해 자세를 바꾸는 등 기본적인 처치도 제대로 못해 다른 간병인을 구하고 있는 중" 이라고 털어놨다.

웃돈을 요구하거나 불만을 품을 경우 불시에 그만두는 등 책임있는 간병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 교통사고로 척수손상을 당해 하지마비에 빠진 남편을 둔 보험회사 직원 이모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씨는 "원래 약속과 달리 1주일에 하루 쉬는 것은 관행이라며 웃돈을 요구해 거절했더니 예고없이 환자를 방치한 채 그만두는 바람에 대소변으로 사타구니에 염증이 생겨 낭패를 봤다" 고 말했다.

현재 통용되는 비용은 12시간당 3만원이나 숙식을 같이 하는 24시간일 경우 5만원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구실을 붙여 웃돈을 내는 경우가 많다.

가정 간병인 외에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병원 간병인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2백여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호자의 55. 4%가 간병인이 자주 외출하는 등의 문제로 간병인 교체를 요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환자의 질환이나 사생활에 대한 누설(21.9%) , 간병인의 과실로 인한 시설물의 파손(18.1%) 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간병인은 간병인대로 할 말이 많다. 간병인 이모씨는 "대소변을 치우거나 옷을 갈아입히는 것 외에 튜브를 통해 음식물을 넣어주는 등 의료인이 해야할 일까지 떠맡아야 하는 과중한 일에 시달리고 있다" 고 말했다.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정주부들이 간병인 단체에 등록해 1~2주의 교육을 받고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는 것. 게다가 등록비로 20만원, 매달 4만원씩 알선업체에 내고 나면 별로 남지 않는다는 것이 간병인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등장한 것이 노동부 산하 산업인력공단에서 검토중인 간병사 제도. 3개월 훈련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간병사 제도는 25만명에 달하는 간호조무사들이 있는 등 잉여인력이 넘치는 국내현실을 감안할 때 불요불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황나미박사는 "기존 간호조무사를 간병인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 이라며 "간호조무사들의 일당이 2만원 수준이므로 이를 전액 환자부담으로 돌려도 현재 간병인을 고용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낮다" 고 강조했다. 일원화된 등록센터를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

황박사는 "주먹구구식으로 널려 있는 기존 간병단체들을 하나로 통합해 필요한 환자나 보호자에게 알선하는 방식이 타당하다" 고 설명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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