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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 방문자 5517명, 이 중 1982명 '연락 불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일 오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 앞에 '집합금지명령'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 앞에 '집합금지명령'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쇼크’에 방역당국이 비상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과 관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증가하면서다. 지난 6일 첫 환자(국내 1만809번)가 나온 지 나흘 만에 50명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용산구가 5517명을 조사하고 있어 신규 환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연락처 허위기재 등으로 클럽 방문자 1982명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클럽 방문 당일 증상 나타난 초기환자 

10일 방역당국과 지자체 등에 따르면 국내 1만809번(경기도 용인 66번) 환자인 A(29)씨는 ‘4월 말~5월 초’ 황금연휴 기간인 지난 1일 용산을 찾았다. 그날 오후 11시쯤부터 1시간 20분 주점 ‘술판’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어 2일 오전 0시20분부터 오전 3시50분 사이 킹·트렁크·퀸 등 클럽 3곳을 오갔다. 이외 한 곳의 클럽을 더 방문했지만, 접촉자가 없어 업소명이 공개되지 않았다.

A씨에게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나타난 것은 2일이다. 발열·오한·설사 증세를 보였다. 클럽 방문 당시 열이 어느 정도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6일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클럽 관련 감염환자 중 가장 이른 시점에 확진됐다. 이에 방역당국은 A씨를 ‘초발환자’로 분류했다.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 발생 확진자가 늘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 발생 확진자가 늘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심상치 않은 전파 속도 

A씨 확진 뒤 클럽 관련 환자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7일 A씨와 함께 이태원 클럽을 다녀왔다는 B씨(31)를 시작으로 직장 동료 한 명이 신규 환자가 됐다. 여기에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외국인 3명, 군인 1명 등 12명의 추가 감염사례도 이어졌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환자는 하루 만에 15명이 됐다. 군인 환자는 사이버사령부 근무지원중대 소속으로 A씨와 밀접 접촉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동선이 겹쳤다고 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의 발병초기에 가장 전염력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 발생 확진자가 늘고 있는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스1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 발생 확진자가 늘고 있는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스1

2차 감염사례도 확인돼 

바이러스 전파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하루 뒤인 8일 이태원 클럽 관련 환자는 12명이 더해져 모두 27명으로 늘었다. 신규 환자 중에는 가족·지인 등 4명이 포함돼 지역사회 감염도 확인됐다. 가족 감염사례 중 한명은 인천 부평구에 사는 C(28·여)씨다. C씨 남동생이 지난 2~3일과 5일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 밖 확산도 이뤄졌다. 부산·충북 지역에서 각각 한 명의 확진자 나왔다.

9일 하루 사이 이태원 클럽 관련 환자가 24명이나 쏟아졌다. 이 가운데 이태원 클럽을 직접 방문한 사례가 18명이다. 나머지 6명은 이들과 접촉해 감염됐다. 10일 낮 12시 현재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모두 54명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클럽이 위치한 서울이 30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수도권인 경기도 14명, 인천 6명이다. 이어 충북 2명, 부산·제주 각 1명이다. 제주의 경우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30대 여성이 9일 확진되면서 ‘코로나 청정지역’ 선언이 하루 만에 깨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뒤 첫 주말을 맞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보습을 모이고 있다.한편 방역당국은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전국적 확산이 우려됨에 따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뒤 첫 주말을 맞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보습을 모이고 있다.한편 방역당국은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전국적 확산이 우려됨에 따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1

클럽 전수조사 대상자 5000명 넘어 

용산구가 이태원 클럽 발(發)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관련해 전수조사 중인 대상자는 처음에 7222명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이태원 클럽·주점 5곳을 방문한 이들이다. 이중 중복인원을 빼고 5517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현재 연락이 닿는 조사 대상자는 3535명(64%)에 불과하다. 외출금지와 검체검사 등을 안내했다. 나머지 1982명(36%)은 연락처 허위기재 등이 확인됐다. 신용카드 결제 기록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방침이다.

조사과정서 신규 확진자는 더 늘 수 있다. 현재 54명 환자 가운데 2차 감염사례는 11명(20.4%)에 달한다. ‘이태원 쇼크’ 관련 집단 발생 등 영향으로 신규 환자 발생 추이는 한 달 전으로 후퇴했다. 10일 방대본이 발표한 신규 환자는 34명이다. 지난달 9일 39명 이후 최대다.

생활방역 전환 이후 다중이용시설 방역에 대한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생활방역 세부지침 중 유흥주점 부분을 보면, 마스크를 쓰게 돼 있지만 A씨는 쓰지 않았다. 환자 발생 시 신속한 역학조사에 도움 줄 연락망 기재도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전날(9일) 부랴부랴 영업중단 조처를 내놨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 연합뉴스

방역당국, "이태원 유흥주점 방문자 빨리 검사 받아야"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 발병은 밀폐된 시설에서의 밀접접촉으로 인해 발생한 사례”라며 “이달 2일 첫 환자 발병(확진일은 6일)한 이후 일주일 정도 지났지만 벌써 54명의 확진자가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중에서7명의 확진자가 지역사회에서 가족, 지인 등을 전염시켜 11명의 2차 전파 사례가 보고될 만큼 전파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전염력이 높은 특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4월 말부터 이달 6일까지 이태원 소재 유흥시설 방문자는 모두 외출을 자제하고 증상 유무와 관계 없이 신속하게 진단검사를 받아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세종=김민욱 기자, 윤상언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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