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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발 코로나가 무서운 이유…무증상 감염 3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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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진자가 54명으로 늘어났다. 서울·경기·인천·충북·부산 등에서 확진자가 추가됐다. 이태원발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뉴스1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진자가 54명으로 늘어났다. 서울·경기·인천·충북·부산 등에서 확진자가 추가됐다. 이태원발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뉴스1

이태원 클럽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0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날 낮 12시 현재까지 총 54명”이라고 밝혔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전국 확산될까 촉각 #이태원 확진자 중 30%가 무증상 #"20대 사회활동 왕성해 2·3차 감염 우려"

경기도 용인 거주 66번 환자 A(29)씨가 이태원 클럽 방문(2일) 후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사흘 만인 9일 관련 확진자가 전국에 27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이날은 총 54명으로 2배가량 불어났다.

이달 초까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아예 없거나 한 자릿수를 유지하다가 두 자릿수로 급증한 데는 이태원 클럽발 ‘20대 확진자’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태원 클럽에서 20대 확진자가 많고 ▶20대가 상대적으로 무증상이 많으며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전파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태원 집단감염의 지표환자인 용인 66번 환자는 29세이고, 그와 접촉해 확진된 이들도 상당수가 20대다. 무엇보다 20대는 다른 연령대보다 코로나19에 걸려도 무증상을 보일 때가 많다. 방역당국은 이날까지 이태원발 확진자 54명 중 무증상 비율이 30%라고 밝혔다. 코로나19는 증상이 별로 없이 조용히 찾아와 ‘스텔스 바이러스’로 불린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초기 환자 중 약 10%가 무증상을 보이는데, 이와 비교하면 이태원 확진자들은 무증상 비율이 3배 높은 것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송준영ㆍ정희진ㆍ김우주 교수팀은 지난달 10일 코로나19 국내 초기 확진자 28명을 분석한 논문을 공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 28명 중 3명(10.7%)은 무증상 감염이었다. 감염된 환자 본인도 증상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증세가 없었다고 한다. 해당 연구 결과는 세계적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실렸다. 방역당국은 지난 3월 “초기 무증상인 확진자가 퇴원 때까지 무증상인 경우도 20% 정도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및 확진 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및 확진 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대가 사회활동이 왕성한 점도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다.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는 클럽이 위치한 서울뿐 아니라 인천, 충북, 부산에 이어 제주에서도 나왔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연령대별로 20대가 27.57%로 가장 높고, 30대(10.86%)까지 더하면 20~30대가 전체 확진자의 38%를 차지한다. 그외 50대(18.02%), 40대(13.26%) 순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20대 비중이 높은 건 지난 2월 대구 신천지예수교 사태 당시 20대 확진자가 많았던 탓이 크긴 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8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발병 초기 가장 전염력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검사를 해 본 결과 이태원 클럽 20대 확진자(66번 환자)의 바이러스 양이 상당히 높았다. 전염력이 높은 시기에 시설(클럽)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급증하고 있는 10일 이태원이 속한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가 검사를 원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급증하고 있는 10일 이태원이 속한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가 검사를 원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20대가 코로나19 확진 비중은 높은 반면 치명률은 낮아 방역수칙에 상대적으로 무딘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66번 환자를 비롯해 확진자 상당수가 이태원 클럽 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럽 주인도 방문자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부터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황금연휴' 기간 방역수칙에 방심한 것이 이번 이태원 쇼크에 한 몫했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대는 고령층에 비해 면역력이 튼튼해 코로나19에서도 무증상이나 경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활동 범위도 커 바이러스 측면에선 좋은 전파 매개체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도 “이태원 클럽발 확산이 전국적인 건 20~30대의 활동 범위가 넓었기 때문”이라며 “해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켰다면 확산세가 2차 감염에 그칠 수 있지만, 혹여 소홀했다면 3차 감염 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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