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檢 자료요구 거절…"홈페이지 봐라, 채널A에서 받아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자료사진.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자료사진. 뉴스1

고위 검찰과 채널A의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해당 사안을 처음으로 보도한 MBC 측에 관련 자료를 넘겨달라고 요구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MBC는 취재원 동의 없이 수사기관에 자료를 넘길 수 없다는 취지로 거부했다.

MBC는 8일 홈페이지 기사란에 검찰이 보내온 공문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MBC는 "검찰은 MBC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지난 4일 다섯 번째 공문을 보내왔다"며 "오늘 검찰에 회신공문을 발송함과 동시에 두 공문의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MBC가 공개한 검찰 공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MBC 측에 ▲채널A 이모 기자가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보낸 편지와 ▲이 전 대표가 MBC에 보낸 서면 인터뷰 자료 ▲채널A 기자들과 이 전 대표의 대리인 지모(55)씨의 대화가 녹음된 파일 및 녹취록 ▲채널A 기자들과 검찰 고위 간부의 통화 내지 대화가 녹음된 파일 및 녹취록 ▲채널A 기자들과 지씨의 대화 내지 만남 장면 촬영물 ▲기타 취재 관련 자료 등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MBC는 검찰에 "MBC는 그동안 취재자료 일부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고, 검언유착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고 회신했다.

그러면서 MBC는 채널A 이모 기자가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보낸 편지와 이 전 대표가 MBC에 보낸 서면 인터뷰 자료에 대해선 MBC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는 취지로 검찰에 회신했다.

채널A 기자들과 검찰 고위 간부의 통화 내지 대화가 녹음된 파일 및 녹취록에 대해선 "채널A 또는 해당 기자에게 제출을 요구해야 할 사항"이라며 제출을 거부했다. 채널A 기자들과 지씨의 만남 장면을 담은 촬영물을 달라는 검찰의 요구에 대해서도 MBC는 "두 당사자들 간의 만남이 실존했다는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부분도 보도에 활용된 바 없는 언론사의 취재자료를 수사기관이 요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회신했다. 사실상 검찰이 적시한 자료의 제출을 모두 거절한 셈이다.

검찰은 지난 3월31일 MBC 보도로 검언유착 의혹이 제기되자 대검찰청 진상조사 단계부터 MBC와 채널A에 공문을 보내 취재자료 제출을 요청해왔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채널A 본사와 이 기자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채널A에서 기자들과 2박3일 대치 끝에 일부 자료를 제출받았을 뿐 핵심 물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검찰은 MBC에도 압수수색영장을 함께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