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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초거대 여당의 김태년 원내대표, 협치의 출발점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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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거여(巨與) 민주당을 이끌어 갈 새 원내 사령탑에 김태년(4선, 경기 성남수정) 의원이 선출됐다. 이해찬 대표와 가까운 당권파로 꼽힌다. 신임 김 원내대표는 21대 당선인(163명)의 과반(82표)을 획득,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힘의 정치, 폭주정치론 코로나 위기 못 넘어 #통합의 리더십으로 협치 국회 이끌어 주길

어느 때보다 그의 앞에 놓인 과제가 막중하다. 당장 야당과의 원(院) 구성 협상을 통해 21대 국회 개원을 이끌어야 한다. 코로나 국난 극복을 위한 추경안 처리,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한국형 뉴딜을 성공시키기 위한 입법 지원, 그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 개혁 입법을 마무리해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녹록지 않은 과제들이다.

4월 총선에서 민주당 등 범진보 진영이 국회 의석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190석을 차지하면서 정치 지형은 크게 바뀌었다. 하지만 협치의 리더십이 없으면 원활하고 효율적인 국회 운영은 기대할 수 없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 힘으로 밀어붙이는 폭주 정치의 부작용과 폐해를 20대 국회에서 똑똑히 보지 않았는가. 지난해 민주당은 제1 야당을 배제한 채 ‘4+1협의체’라는 수적 우세에 기대 선거법·공수처법 등을 일방 처리해 극한 대결과 파행을 초래했다. 그 결과 꼼수 위성 비례정당의 출현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군소 정당의 입지를 오히려 위축시켜 민의를 왜곡시켰다. 권력의 분점과 절제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요체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더구나 한국 경제는 경험하지 못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1930년대의 대공황에 비견될 만큼 코로나발(發) 경제 쓰나미는 전방위적이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려면 무엇보다 국민과 정부, 정치권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치게 하는 탈정파적 합의와 대타협이 필수적이다. 여야의 협치가 그 출발이 돼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김 원내대표는 상시 국회, 패스트트랙 법안 개정 등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 개정 협상부터 대화를 통해 해법을 도출하는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기대한다. 정부 여당에 대한 야당의 견제 권한을 위축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그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협치의 정치가 가능해진다.

김태년 체제는 당정 관계에서의 질적 변화를 이끌어야 할 책임도 크다. 그가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을 누른 것은 ▶당이 친문 패권주의로 흐르는 것에 대한 견제 ▶새로운 당·정·청 관계를 원하는 비주류의 주문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당을 하나로 모으고 당·정·청의 역량을 위기 극복에 집중시키겠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직접 챙기겠다”며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또 “일의 순서를 잘못 잡아 우왕좌왕했던 열린우리당 시절의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초심대로 협치의 문을 여는 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