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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9·11 발언'에 불쾌감 드러낸 中 "美 진짜 적은 코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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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환구망 캡처]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환구망 캡처]

미국 정부가 연일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제기하자 중국 정부가 “미국이 직면한 적은 중국이 아닌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피해를 “진주만 공습보다, 세계무역센터 테러보다 나쁘다”고 평가하며 중국을 압박한 데에 반발한 것이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RFI 등에 따르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진주만, 9·11테러’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 공통의 적”이라며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나선 중국과 미국은 적이 아닌 전우가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의 일부 인사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역할을 져 버리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데 유감”이라며 “이것은 매우 잘못된 태도다. 국제 사회가 단결해야 코로나19에서 인류가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엄격하고 철저한 예방·통제 조치를 취했고, 책임 있고 투명한 방식으로 노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방역법을 국제 사회와 공유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협력했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와 많은 국가가 중국의 코로나19 방역과 통제방식에 좋은 평가를 내렸다고 했다.

반면 미국은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는 등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2개월 만에 코로나19를 신속하게 통제했지만, 미국에선 확진자 수가 120만 명을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의학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중국보다도 더 잘했을 텐데 왜 계속 확진자가 발생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늦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심을 멈추고 코로나19와 싸우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화 대변인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제기한 코로나19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발원설에 대해선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우한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는지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는 등 상반된 발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 대변인은 “과학자도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는데 폼페이오 장관은 무슨 근거로 우한 연구소 발원설을 제기한 것이냐”고 반문하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한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미국·프랑스에서 코로나19 증상 사례가 발견됐다는 보고서가 나왔다”는  5일 외신 보도를 언급하며“바이러스의 출처는 매우 다양하다. 이 문제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거짓말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과학자와 의료 전문가와 이야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발원지를 찾기 위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를 지지하며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발원지 논란은 과학적 근거를 기초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거론한 우한 연구소는 국제 표준에 따라 엄격하게 설계·건설·관리되고 있고, 중국과 프랑스가 합작해 운영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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