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문닫았던 골프장들이 서서히 골프장을 하거나 준비하고 있고, 프로골프 투어는 자선 대회, 이벤트 경기 등으로 골프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려 하고 있다.
미국골프재단(NGF)은 미국 50개 주 중에 46개 주에서 이달부터 골프를 칠 수 있게 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면서 17일까지 미국 전체 90% 골프장이 운영할 것으로 전망했다.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의 자선 대회 추진에 이어 로리 매킬로이, 더스틴 존슨, 리키 파울러, 매슈 울프가 자선 스킨스 게임을 17일에 열기로 확정하는 등 다음달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재개를 앞두고 이벤트 대회도 이어지고 있다. 유러피언투어에선 9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5주 동안 트랙맨 시뮬레이터를 통한 골프 대회 BMW 인도어 인비테이셔널을 열기로 했다. 상금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힘쓰는 곳에 기부된다.
이렇게 골프 활동이 재개되면서 일부 골프 규칙의 변화, 완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지난달 말에 아예 방역 지침에 따라 변화한 일부 규정을 정해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골퍼는 전체에 걸쳐 사회적 거리에 관한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한 R&A는 "안전한 경기를 위해 골프 규칙과 관련된 일부 임시 규정도 필요하다"며 '코스 설정' '라운드 전' '라운드 중' '라운드 후' '골프 규칙' 등 5가지 영역에 걸친 새 규정을 발표한 배경을 밝혔다.
여기서 R&A는 골퍼들이 티샷하고 페어웨이를 걸을 때 항상 2m 간격을 유지하고, 위치를 벗어난 공은 만지지 말아야 하며, 벙커에선 고무래 대신에 발을 사용해 모래를 고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밖에도 볼 세척기, 벤치, 쓰레기통 등을 치우고, 깃대는 만지지 않도록 표식을 부착하며, 클럽하우스, 라커룸 시설, 연습장 등은 폐쇄되고 제한된 시설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있었다. 또 스트로크 플레이 경기를 가급적 피하고, 전자 스코어카드 사용이 가능하며, 깃대를 항상 꽂아두고 경기하도록 하는 등의 '한시적 골프 규칙'도 덧붙였다.
이같은 골프 규칙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안전한 골프를 위한 불가피한 변화라는 시각이 많지만, 오히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골프닷컴의 칼럼리스트로 활동중인 마이클 밤베르거는 "골프의 새로운 안전 규칙 중 일부는 실제 게임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글을 통해 "벙커 고무래가 없으면 더 빠르고 더 원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어떤 것은 팬데믹으로부터 좋은 게 나올 수 있다. 골프가 더 간단해질 수 있을 지도 모른다"며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을 주장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