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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알고 있는 뇌졸중 상식 10가지

중앙일보

입력

▣ 잘못 알고 있는 뇌졸중 상식 10가지

1. 갑자기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응급조치로 우황청심원이나 안정제를 먹여 안정시키고 손발 끝을 바늘로 찔러 피를 빼주는 것이 좋다.

─ 뇌졸중이 생겼다고 의심되면 지체없이 신경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의 응급실로 환자를 옮겨 신속히 치료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뇌졸중이 생기면 많은 경우 의식이 감소되므로 무리하게 우황청심환이나 안정제를 먹이면 기도를 통해 폐로 넘어가 치료하기 힘든 흡인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손발의 피를 빼는 것은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시간을 허비해 신속한 치료를 방해한다.

2. 노인이 되면 오는 병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피할 수 없다.

─ 뇌졸중은 위험인자에 의해 2차적으로 생기는 병이다. 같은 고령이라도 어떤 사람은 뇌졸중에 걸리지만 어떤 사람은 문제가 없으며, 이 차이는 노화보다 위험인자의 유무에 있다. 위험인자란 뇌졸중을 유발하는 요인들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로써 고혈압·당뇨·고지혈증·흡연·비만·먹는 피임약 등이 포함된다. 평소에 이들 위험인자를 예방하고 치료하면 뇌졸중 발생을 충분히 피할 수 있다.

3. 노인들에게나 생기는 병이므로 젊거나 중년의 나이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풍족해지면서 당뇨·고혈압·고지혈증·비만 등의 성인병이 증가되어 요즘에는 중년에서도 뇌졸중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다. 젊은 여성이라도 경구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에는 뇌졸중의 위험성이 증가된다. 경동맥(목에 위치한 굵은 동맥)주위에 교통사고 등으로 외상을 받으면 혈관 내벽이 손상되고 여기에서 혈관 부스러기인 혈전이 떨어져나가 뇌혈관을 막는 뇌경색이 유발될 수도 있다.

4. 뇌혈관이 막혀 생긴 모든 뇌경색은 뇌혈관을 뚫어주는 약을 쓰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

─ 뇌경색은 크게 혈전에 의해 서서히 혈관이 막혀 생기는 ‘혈전성 뇌경색’과 혈전이 심장이나 목의 큰 혈관에서 생긴 후 떨어져 나와 돌아다니다 뇌혈관을 막는 ‘색전성 뇌경색’으로 나뉜다. 혈관을 막은 혈전을 녹이는 ‘혈전용해술’은 색전성 뇌경색이 생긴 환자가 증상 발생후 6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한 경우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치료에는 유로키나제나 tPA같은 약물을 이용한다. 만일 이 치료가 성공하면 증상은 완전히 없어지거나 상당히 좋아지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뇌출혈이 합병증으로 생겨 오히려 생명이 위독해질 수도 있으므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5. 뇌졸중은 다른 병처럼 일단 회복되면 더 이상 병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

─ 위험인자에 포함되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은 완치되는 병들이 아니고 치료약을 복용하면서 평생 조절해 나가는 병이 대부분이다. 뇌경색인 경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복용하는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도 계속 복용해야 하므로 한번 뇌졸중이 생겼던 환자는 대부분 평생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6. 신체마비가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완전히 회복되었다면 진찰이나 치료받을 필요가 없다.

─ 일시적으로 마비가 생겼다가 회복되었다면 ‘일과성 허혈(虛血)발작’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뇌졸중의 증상들(반신마비, 언어장애, 삼키기 곤란함, 비틀거림, 시야장애, 의식장애, 어지럼증, 복시현상)이 생긴 후 24시간 내에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것은 거의 모두 재발하여 뇌경색을 가져오는 중대한 경고 증상이므로 빨리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7. 뇌졸중은 유전된다.

─ 뇌졸중은 대부분 유전되지 않는다. 다만 뇌졸중의 위험인자인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은 유전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족 중 여러명에게 한꺼번에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따라서 가족 중 뇌졸중 환자가 발생한다면 막연히 유전을 걱정하기보다 본인도 뇌졸중 위험인자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어떤 위험인자가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제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8. 신체마비 증상은 한번 생기면 회복되지 않는다.

─ 뇌조직이 한번 손상받으면 재생되는 것은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살아남은 뇌조직이 죽은 뇌조직을 대신 떠맡는 뇌기능의 재배치 현상이 일어나므로 신체마비는 상당히 회복될 수 있다. 회복기간은 보통 수개월 동안 진행된다. 이러한 회복을 촉진시키고 관절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9. 재활치료는 눈에 띄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장기간 받을 필요가 없다.

─ 재활치료는 후유증으로 신체기능의 장애가 남을 때 기능 회복을 위해 시행하며 뇌졸중이 생긴 후 가급적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대상은 운동장애와 언어장애, 음식물을 삼키기 곤란한 연하곤란, 팔다리가 뻣뻣해지는 경직 등이 나타날 때다. 재활치료의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시행하면 확실히 효과가 있으며 환자가 일상생활에 적응하고, 다니던 직장으로 복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10. 뇌졸중은 치매와는 전혀 무관한 병이다.

─ 그렇지 않다. 드물게 뇌의 시상(視床)이라 불리는 특별한 부위에 작은 뇌경색이 생겨도 치매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작은 뇌경색이 이러한 특별한 부위가 아닌 뇌조직 여러 곳에 반복적으로 생겨도 뇌기능이 전반적으로 감소되면서 치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의학적으로는 ‘다발경색성 치매’라 부른다. 흔히 알고 있는 노인성치매로 불리는 알츠하이머병과는 근본적으로 원인이 다르며 알츠하이머병이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는 반면 다발경색성 치매는 원인질환인 뇌경색을 치료하면 치매 증상도 좋아진다.

박경석 서울백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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