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개학인데···"어린이 접촉자, 성인 3배" 찜찜한 보고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스라엘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수업을 받고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수업을 받고있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학 연기를 거듭하던 국내 초·중·고등학교가 오는 13일 빗장을 푼다. 정부는 그간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개학을 연기하고 온라인 수업을 해왔다. 학자들은 적절한 등교 시점을 파악하기 위해 다수의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의 초점은 주로 어린이와 성인의 감염력ㆍ전파력 차이에 맞춰졌다. 문제는 연구자마다 다른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일부는 “어린이들의 전염성이 더 낮다”며 개학에 힘을 실었지만 일부는 “어린이들이 더 위험하다”며 엇갈린 결과를 내놓고 있다.

학교 개학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뜨거운 이슈다. 스위스ㆍ프랑스ㆍ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들도 11~12일부터 개학을 점진적으로 허용한다. 이스라엘 일부 학교는 이미 등교를 시작했다. 사이언스는 이에 대해 “일부 국가들이 빈약한 데이터에 의존해 학교를 다시 열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개학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주장도 팽팽하다.

 4일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교실 책상 간격을 벌리고 있다. [뉴스1]

4일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교실 책상 간격을 벌리고 있다. [뉴스1]

그동안 어린이들 사이에선 비교적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 전염력이 성인에 비해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1월 코로나19에 감염된 영국의 9세 아동이 72명의 접촉자들 중어느 누구에게도 바이러스를 전염시키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서다.

네덜란드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국립의료원(RIVM)은 감염자가 발생한 50여 가구에서 코로나19가 어떻게 확산됐는지 분석한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 중 어린이가 첫 번째 환자인 가정은 하나도 없었다. 어린이가 먼저 감염이 된 후 가족 구성원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사례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43명의 아동ㆍ청소년 감염자를 추적한 결과, 이들과 접촉한 이들 아무도 감염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RIVM 소속 유행병학자인 수잔 반덴호프는 “그동안 나온 연구 결과를 종합해봤을 때 데이터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어린이들이 바이러스 전파자인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이들이 감염되는 비율 자체가 낮다는 보고도 있다. 이탈리아 소도시 보(Vo)에서 실시한 검사 결과에 따르면 10세 이하 234명 중 감염자 수는 '0'이었다. 지역 전체 감염률은 1~3% 정도였다. 네덜란드에서 발표된 항체 추적 검사에서도 20세 이하 감염률이 2%로 나머지 연령(4.2%)보다 낮게 나타났다.

"어린이가 성인보다 접촉자 3배 많아" 

그러나 이는 표본이 작고 학교가 폐쇄됐을 때 수집된 통계라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는 4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어린이들이 어떤 특이점을 갖는지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지금까지의 연구들이 내놓은 증거는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어린이들의 감염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나왔지만, 신뢰성이 낮고 반대의 결과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막상 개학을 하고 어린이들 사이의 사회적 거리가 좁혀지면 어린이들이 본격적으로 ‘무증상 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개학을 앞둔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연합뉴스]

개학을 앞둔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는 중국 상하이(上海)와 우한(武漢)에서 이뤄진 학교 폐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를 추정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성인보다 접촉자 숫자가 평균 약 3배 많았다. 생활에서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한만큼 접촉자의 절대적 숫자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이 감염될 확률 자체는 성인보다 낮다고 해도 접촉자 수가 많기 때문에 결코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린이들도 감염과 전파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결론이다. 연구팀은 “어린이들을 집에 있게 해서 접촉자 수를 줄인 조치가 중국에서의 발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