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상품 때문에…4월 ETN 하루 평균 거래액 역대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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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원유 선물 ETN을 중심으로 고수익 기회를 노리는 투자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ETN은 증권사가 만들어 발행하는데, 원자재·금리·주가 등 다양한 기초자산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된 투자 상품이다. 증시에 상장돼 주식 거래하듯이 사고팔 수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뉴스1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ETN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4123억원으로, 2014년 11월 시장 개설 이후 가장 많다. 지난해 12월엔 하루 평균 거래액이 207억원이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20배나 늘었다. 거래금액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건 지난 3월부터다. 올해 2월만 해도 ETN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58억원 정도였지만, 3월 1243억원으로 급증했고 4월엔 4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연계 ETN에 돈이 몰렸다. 실제로 ETN 시장 거래대금이 하루 8950억원에 달한 지난달 6일 원유 선물 연계 ETN 14종목의 하루 거래대금은 8551억원이었다. 이날 전체 ETN 거래대금의 96%가 원유 ETN에 몰린 셈이다.

거래가 몰리면서 원유 ETN엔 가격 왜곡 현상이 생겼다. 유가 급락으로 기초자산의 실제 가치는 크게 떨어졌는데, 투자자 매수세가 이어져 시장가격(주가)이 부풀려진 것이다. 일부 상품은 실제 가치와 시장가격 차이인 괴리율이 1000%가 넘기도 했다. 실제 가치의 10배 넘는 가격에 거래됐단 얘기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ETN 종목의 괴리율이 20%를 넘을 경우 거래 방식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고, 그 상태에서 괴리율이 30% 이상으로 커지면 3거래일간 거래를 정지시키고 있다. 단일가 매매는 30분 단위로 매수·매도 호가를 모아 가장 많은 수량에 체결될 수 있는 가격으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거래가 정지된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 등 4개 종목은 오는 6일 거래가 재개된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원유 투자를 원할 경우 원유 선물보다는 원유 가격과 연동되는 원유 생산 기업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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