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럽 최다 확진 스페인 봉쇄완화…"이주노동자 거주지 열악"

중앙일보

입력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스페인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오는 24일까지 연장하는 한편 일부 봉쇄 조치는 완화하기로 했다. 정점은 지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럽 주요 농산물 생산국…이주노동자 많아 #싱가포르선 이주노동자 거주지서 집단 발병 #

지난 3월 14일 시작됐던 봉쇄 조치가 일부 완화된 스페인에서 밖으로 나온 시민들의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3월 14일 시작됐던 봉쇄 조치가 일부 완화된 스페인에서 밖으로 나온 시민들의 모습. [EPA=연합뉴스]

CNN은 "약 7주간의 록다운(lockdown·봉쇄) 끝에 스페인 시민들이 외출할 수 있게 됐다"며 "스페인 정부는 야외 운동을 허용하고 4일부터는 미용실 등 예약제로 운영되는 일부 영업장의 문을 다시 열 수 있게 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신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하는 등 위생 관련 수칙을 지켜야 한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일부 봉쇄 조치를 완화하지만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다가가야 한다"며 "위생 지침을 반드시 따라달라"고 당부했다.

봉쇄 조치는 조금씩 완화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이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이들 거주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염병 대응 모범국으로 꼽히던 싱가포르에서도 이주노동자 거주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바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2일 기자들을 만나 코로나19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2일 기자들을 만나 코로나19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가디언은 "유럽연합(EU)의 주요 농산물 생산국인 스페인에선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가 매우 많은데, 이들의 비위생적인 거주지가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스페인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아프리카 출신 불법체류자다.

신문은 "이들은 봉쇄 기간 내내 물과 음식 등 기본적인 생필품 부족에 시달렸고, 마스크나 위생 장갑 등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언제든지 코로나19가 확산해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노동자들은 봉쇄 조치가 해제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스페인 정부가 이런 사각지대의 방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2일 기준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4만명이 넘고, 사망자는 2만50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봉쇄 종료일을 늦추는 동시에 강력한 조치는 점차 완화하는 방침을 속속 내놓고 있다.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가게 간판을 닦고 있는 한 시민의 모습. 유럽 각국에서는 봉쇄 종료일을 늦추면서도 완화 조치를 속속 내놓고 있다. [A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가게 간판을 닦고 있는 한 시민의 모습. 유럽 각국에서는 봉쇄 종료일을 늦추면서도 완화 조치를 속속 내놓고 있다. [AP=연합뉴스]

확진자가 20만 명을 넘어선 이탈리아에선 재유행을 막기 위해 휴교령을 9월까지 연장하는 한편, 4일부터 봉쇄를 점차 완화해 18일부터는 소매 상점들이 문을 열 수 있도록 허용했다. 프랑스에선 국가 보건비상사태를 7월 24일까지 연장하면서도 오는 11일부터 이동제한령 등을 단계적으로 해제한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