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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가 '방역효자' 됐다···손소독제 에탄올 공급 98배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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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등에 쓰이는 주정용 알코올이 손소독제 등 방역 원료로 쓰이고 있다. [중앙포토]

소주 등에 쓰이는 주정용 알코올이 손소독제 등 방역 원료로 쓰이고 있다. [중앙포토]

코로나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액이 줄어든 소주 제조업체들이 손소독제·소독용 알코올 등 방역 원료 공급처가 되고 있다. 국세청이 주류 제조용 에탄올(주정)을 방역에 쓸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면서다.

주정으로 손소독제 얼마나 생산? 

29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손소독제 제조용 에탄올의 국내 공급량은 14만7810드럼(1드럼은 200ℓ)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배가량 증가했다. 1분기 공급량은 500㎖짜리 손소독제 9000만병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이 중 87.3%를 한국알콜산업·대한주정판매 등 국내 주류용 에탄올 제조사 2곳이 공급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에는 손소독제 제작용 에탄올 공급 실적이 전혀 없던 곳이다.

소주 제조업체들은 주류 원료로 쓰는 에탄올을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대선주조는 부산·대구 방역용으로 주정 132t을, 병원 내 소독용으로도 20t을 기부했다. 이어 금복주·디아지오코리아·롯데칠성음료·무학·보해양조·오비맥주·제주소주·하이트진로·한라산 등 다른 주류업체들의 기부도 이어졌다. 주정 제조업체인 진로발효는 소독용 에탄올도 이날부터 생산해 일선 병원에 공급한다.

국세청 세종청사 전경. [국세청]

국세청 세종청사 전경. [국세청]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나 

이 같은 움직임은 국세청이 관련 규제 완화한 결과다. 현행 법규상 주정 면허가 없는 주류 제조사는 술을 만들기 위해 사들인 주정을 다른 곳에 유통해선 안 된다. 그러나 국세청은 민간 업체가 아닌 지자체에 기부하는 행위는 공익 목적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일부 유통 규제를 풀었다.

손소독제를 제작하는 업체가 주정을 살 때도 관할 세무서장에게 '실수요자 증명'을 받아야 한다. 폭발 위험이 높은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도 소독제 제조사가 실수요자 증명을 신청할 때는 허용했다. 주정 제조업체가 주정을 생산할 때도 국세청으로부터 제조 방법을 승인받은 뒤 품질 검사를 순서대로 받아야 하지만 이 절차도 한꺼번에 진행했다. 기존 30일이 걸렸던 행정 절차는 4일로 줄었다.

강상식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미국·유럽 내 코로나 확진 상황이 불안정하고 국내 학교 개학으로 방역 수요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며 "손소독제 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주정업계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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