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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구 중 1곳 "공시가 낮춰달라" 민원에도···보유세 폭탄 현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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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부동산 시장도 냉각 시키고 있다. 강남권에서 '급급매' 매물이 속출하고 있지만, 올해 공시가격 급등으로 보유세 폭탄을 맞게 됐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부동산 시장도 냉각 시키고 있다. 강남권에서 '급급매' 매물이 속출하고 있지만, 올해 공시가격 급등으로 보유세 폭탄을 맞게 됐다. [뉴스1]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대폭 올라 낮춰달라는 의견이 쏟아졌지만, 조정폭은 미미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됐다. 28일 국토교통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소유자 열람 및 의견청취 후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ㆍ의결을 거쳐 29일 공시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공동주택 공시가격 29일 공시 #2007년 이후 역대급 이의신청 쏟아져 #하지만 의견 수용률은 2.4%에 그쳐 #급급매 쏟아지지만 보유세 폭탄 그대로 #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의견 청취 기간 동안 전국 2757개 단지에서 총 3만7410건의 의견이 제출됐다. 지난해(2만8735건)보다 32% 늘어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특히 공시가가 많이 오른 9억 이상 공동주택에서 민원이 많았다. 30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5가구 중 한 가구 꼴로 “공시가를 낮춰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제출된 의견 중 915건만 받아들였고, 연관 가구 등을 조정해 전체 공동주택의 0.2%(2만8447가구)가량 공시가격이 조정됐다.

지난해의 경우 의견 청취 결과 13만5000가구의 공시가가 조정되면서 의견 수용률이 21.5%에 달했지만, 올해는 2.4%에 그쳤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사전에 공개된 공시가격 산정기준에 따라 엄격히 산정했기 때무에 의견 수용률이 대폭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4.73% 상승한다. 의견 청취 전 14.75%였던 것에서 상승 폭이 0.02%포인트 줄었다. 전국 평균 5.98% 오른다.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구의 상승률이 25.53%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은 평균 69%다.

정부가 9억원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올해 보유세가 급등할 전망이다. 정부가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정하는 공시가격은 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매기는 기준이 된다.

올해 보유세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올해 보유세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서울 아파트 161만 가구 중 종부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가 29만 가구에 이른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꼴이다. 똘똘한 한 채를 지닌 1주택자도 보유세 급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의 올해 공시가격이 25억7400만원으로 보유세 시뮬레이션 결과, 올해 세금으로 1652만5000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보다 47% 늘었다.

특히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끌어올려 세금만 늘어난 아파트 소유자의 불만이 높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아파트값은 1.11% 올랐지만, 올해 공시가격은 14.73%가량 치솟는다.

더욱이 올 들어 부동산 시장은 침체에 빠진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펜데믹으로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 아파트값은 지난 1월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급급매’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18억7000만원에 나와 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23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물건이다. 강남발 집값 하락세가 강북과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와 부동산 업계에서는 시장 하락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물가상승률도 1%대에 불과하고 코로나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침체하고 있는데 공시가격만 두 자릿수로 급격히 올려 보유세 폭탄을 던지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부동산 시장과의 전쟁’이라는 틀에 갇혀 경기부양 정책과 엇박자를 내지 말고 1가구 1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감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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