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캠 띄워도 정답 카톡 오간다···대학 '온라인 중간고사'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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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대가 온라인 강의를 실시한 지 이틀 째인 지난 3월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주요대가 온라인 강의를 실시한 지 이틀 째인 지난 3월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으로 개강한 대학들의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오면서 ‘온라인 시험’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험 감독이 불가능해 부정행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27일 본지 취재결과 상당수 대학이 오는 5월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중간고사를 온라인으로 치를 예정이다. 대학은 교육부가 이와 관련한 세부지침을 전달하지 않았단 이유로 교수 재량에 따라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보통 과제물로 중간고사를 갈음하거나 기말고사 비율을 80~90% 수준으로 높게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몇몇 학교는 교수가 대학 측에 허가를 받아 오프라인으로도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온라인 시험’이다. 온라인으로 과제를 주면 정해진 시간 내 답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1시간 안에 제출해야 하는 단답형에서 24시간을 주는 서술식까지 다양하다. 대리 시험, 카카오톡 단체방 정답 공유 등 부정행위 사례가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속 올라오고 있지만 이를 잡아낼 뾰족한 수가 없다.

숙명여대 광고홍보학과 이모(21)씨는 “온라인 중간고사는 특히 혼자 강의 듣는 학생들한테 공평한 조건이 아닌 것 같다”면서 “퀴즈 형태로 평가하더라도 사실 친구끼리는 '문제 어떻게 나왔어' 물어보기도 하지 않냐”고 말했다.

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는 ‘온라인 중간고사 어떻게 생각하냐. 부정행위가 쉬울 것 같아 불안하다’는 글에 “저였어도 (컨닝을) 무조건 할 것 같다. 알 수 없으니까”, “제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온라인 중간고사를 진행할 계획인 한 건국대 교수는 부정행위 우려에 대해 “학생이 자신만의 논증을 펼치는 논술형 시험은 온라인으로 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그렇지 않은 경우엔 부정행위가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시험을 치르는 동안 화상캠을 켜놓도록 하거나 시험지와 함께 셀카를 찍어 보내도록 하는 등 부정행위를 막아보겠다는 시도도 있다. 하지만 부정행위를 완벽히 막을 순 없다.

우려가 이미 현실화한 사례도 있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중간고사 시험을 같이 보자는 취지로 ‘파티원’을 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최근 한양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회원은 자신이 특정 과목에서 A+를 받았다고 소개하며, 대리시험으로 최대 20만원까지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다른 이용자들의 지적에 곧 삭제됐다.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IP 주소 관련 게시글. 에브리타임 캡처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IP 주소 관련 게시글. 에브리타임 캡처

앞서 건국대의 한 단과대 게시판에는 한 차례 온라인 시험을 치른 교수의 ‘경고’가 올라왔다. 해당 교수는 “학생들이 같은 IP 주소로 동시 접속한 기록이 남아있다”며 “시험을 같이 보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이상 0점 처리하겠다”고 썼다.

연세대는 26일 ‘중간고사 온·오프라인 시험을 불허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교수들에게 발송했다.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연세대 재학생 A씨는 학교의 이 같은 방침에 “온라인 시험은 어떻게 하더라도 기존 방식만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면서도 “기말고사 비율이 높아져 기말고사 기간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도 1학기 중간·기말고사를 과제물 제출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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