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 "임신하면 죄인 아닌 죄인"···여경 "면담 후 유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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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한 간부가 후배 여경과 면담 과정에 임신을 문제 삼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

경남경찰청. 사진 경남도

경남경찰청. 사진 경남도

 경남경찰청은 "조만간 경남 진주경찰서 소속 A과장 관련 감찰처분심의위원회를 연다"고 27일 밝혔다. 이 위원회는 사안의 내용을 파악해 징계 여부만을 결정하는 위원회다. 최종 징계 수위는 경찰청에서 결정한다.

진주경찰서 A과장 지난 2월 이런 취지 발언 #B여경 "면담 후 유산" 주장하지만 확인 안돼 #해당 간부, "설명 과정서 의도가 왜곡됐다"

 A과장은 지난 2월 3일 인사 관련 면담 자리에서 임신 9주차인 후배 경찰 B씨가 "출산 휴가와 업무 환경 등을 고려해 부서 변경 없이 기존 근무처에 잔류하고 싶다"고 하자 잔류는 어렵다고 말하는 과정에 “우리 조직에서 임신하면 죄인 아닌 죄인”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A과장 B씨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B씨는 A과장과 면담 과정에 “제가 파출소에 나가면 6개월 뒤에 다시 출산휴가로 자리를 비우게 돼 그쪽 동료 직원에게도 또 다른 업무 부담이 된다”는 취지로 말하며 기존 근무처에 잔류하고 싶다고 하자, A과장이 “임신하면 죄인 아닌 죄인이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A과장은 “우리 조직에 임신하면 죄인 아닌 죄인으로 대하는 그런 잘못된 조직 문화가 있는데 그런 것은 바꾸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A과장은 “조직 문화상 (승진한 이후 현 근무처에) 잔류는 어렵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의도가 왜곡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B씨는 면담 이후 부당한 발언을 들었고, 이에 따른 스트레스로 수면과 식사에 어려움을 겪다가 같은 달 8일 정기검진에서 유산한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B씨는 “3주 전 정기검진에서는 정상이었고, 그 사이 신체적 이상이나 다른 스트레스 요인은 없었다”며 "A과장의 발언이 유산의 주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B씨의 주치의 등을 상대로 소견을 받은 결과 유산 시기가 2월 3일 전후 2주일로 특정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이날 면담이 유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A과장의 판단이 적절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진주경찰서는 서장이 바뀐 이후 인사지침에 따라 장기근무자와 승진자는 인사발령을 내기로 결정했다. 이 지침에 따라 지난해 승진한 B씨도 인사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당시 승진으로 인해 발령 대상이 됐던 진주경찰서 소속 12명 중 5명만 부서를 옮겼다. 각 과에서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인사 발령 대상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A과장은 B씨와 면담 후 다른 직원을 별도로 불러 B씨가 계속 잔류한 뒤 출산휴가를 가면 그 업무를 다른 직원이 분담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당시 A과장과 면담한 다른 직원 3~4명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A과장은 또 다른 직원 한명의 입장을 반영한 뒤 B씨를 파출소로 보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경찰청 한 간부는 “최종 인사권자인 서장에게 B씨의 사정을 이야기했다면 다른 결정이 나왔을 가능성도 크다”며 “B씨를 파출소로 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인사권자인 과장의 권한에 속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지만, 그 결정을 내린 과정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B씨는 A과장이 사과하고 중징계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번 주 감찰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전후 상황과 징계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진주=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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