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화학적 지식 응용, 새 항생제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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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접근방법이 아닌 화학적 지식을 이용해 새로운 항생제 신약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미국 과학자들에 의해 추진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과학자들은 세균을 파괴하는 특성을 가진 프로테그린(protegrins)이라고 불리는 물질을 화학적 지식을 응용해 새로운 항생제 후보물질로 개발하고 있다.

시카고대학 화학과의 데이비드 지달레비츠교수는 최근 열린 미국화학회 학술회의에서 프로테그린이 대장균을 비롯해 다른 세균과 바이러스를 저해하는 활성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임상 연구를 통해 이미 확인했다고 밝혔다. 프로테그린은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인 HIV에 대해서도 약효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달레비츠를 비롯한 연구팀은 프로테그린의 활성을 분자 수준에서 자세하게 파헤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는 캘리포니아대학의 알란 웨어링, 로버트 레러 등이 함께 참여했다.

연구팀은 프로테그린이 적혈구 세포막의 주요 구성 물질을 형성하는 두 종의 유기 화합물에 미치는 영향과 세균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지방성 유기 화합물에 미치는 영향을 분자수준에서 규명해냈다. 이 연구를 통해 프로테그린이 특정 세포막 체계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특히 세균의 세포막에 대한 영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프로테그린은 새로운 계통의 항세균물질로 돼지의 백혈구 세포로부터 지난 1993년 연구팀의 일원인 레러가 처음으로 발견했다.이 물질은 살아 있는 모든 생물체에서 발견되며 세균을 공격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 물질은 기존 항생제와 다른 기능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항생제는 세포막 표면에 존재하는 특정 단백질과 반응함으로써 세균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프로테그린은 세포막에 직접 침투한 다음 이를 붕괴시키기 때문에 더 좋은 효능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아직까지 작용 기작은 불분명한 실정이다. 프로테그린의 단점 가운데 하나는 인체의 적혈구 세포에 손상을 유발한다는 것. 그러나 프로테그린의 아미노산 서열 가운데 일부를 바꿔 줌으로써 이와 같은 단점을 해결하는데 성공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인트라바이오틱제약사가 프로테그린 관련 기술에 대한 면허를 캘리포니아대학으로부터 받아 이를 기반으로 한 두 종의 항생제를 개발해 이에 대한 임상 연구가 현재 진행중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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