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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투 발벗고 나선 대구 동산병원···그 결과는 경영난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한 음압병실 근무에 투입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한 음압병실 근무에 투입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대구 중구 대구동산병원. 본관 문 앞에 ‘병원 내부사정으로 외래 진료를 중단합니다’라는 진료 중단 안내문이 붙여져 있었다. 따라서 병원에 일반 환자는 없었다. 대신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오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를 덮친 두 달 동안 동산병원은 병원을 통째로 비우고 오로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전념했다.

대구 동산병원, 코로나19 지역 덮치자 #2월 21일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 자처 #일반 환자 매출은 0원…경영 압박 심해 #병원 측 "코로나, 일반 진료비의 3분의1"

 처음 동산병원은 7개병동 240병상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대구 지역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 2월 18일 이후부터 두 달여 뒤인 지난 22일까지 796명의 환자가 입원했고, 588명의 환자가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으며 19명이 사망했다. 22일 현재 131명 환자가 이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동산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줄어들면서 빈 병상이 생기니 의료진들 표정이 전보다 많이 밝아졌다”며 “다만 아직 131명의 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산병원은 정부에서 지원받지 않는 민간병원이다. 연말·연초에는 월 40억원정도의 매출을 내기도 한다. 코로나19 치료비는 일반 치료비의 3분의 1수준이다. 수술 등이 거의 없어서다. 이런 매출 감소를 예상했으나 동산병원은 올해 2월 21일 병원을 통째로 비우고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이 되겠다고 자처했다.

 서영성 대구동산병원장은 “그때는 앞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환자는 넘쳐났고, 병상은 모자랐다. 일단 사람을 살리고 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대구동산병원은 지난해 대구 달서구 계명대 부지에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을 추가 개원했다. 일반 환자를 옮길 곳이 있었단 얘기다. 병원 측은 입원 환자의 동의를 받아 반나절 만에 136명을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옮겼다.

 의료진들도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겠다고 나섰다. 서 병원장은 “수간호사들이 먼저 나서니, 다들 따라왔다”고 말했다.

 동산병원 본관은 하나의 병동이 됐다. 의료진들은 다른 건물에 머물며 환자를 돌보기 위해 오갔다. 대구동산병원 의료진 200여 명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온 의료진들이 치료에 투입됐다. 의료 봉사 인력만 의사 150여 명, 간호사 350여 명이다. 땀에 흠뻑 젖은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화제가 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동산병원에 의료봉사를 온 의료진 중 한 명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쪽)와 사공정규(동국대 의대교수) 국민의당 대구시당의원장이 지난달 2일 오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19 의료봉사를 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쪽)와 사공정규(동국대 의대교수) 국민의당 대구시당의원장이 지난달 2일 오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19 의료봉사를 했다. 연합뉴스

 의료진들은 레벨D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돌봤다.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돌보려면 방호복에 공기를 정화해 주는 전동식 호흡보호구(PAPR)까지 착용해야 했다. 필터 등이 빠지기 쉬워 의료진들은 2인 1조로 서로 장비를 확인해 주며 환자를 돌봤다. 치매 환자 병실은 더 바빴다. 의료진이 온종일 소리 지르는 환자를 달랬다.

 두 달 동안 동산병원은 코로나19와의 사투를 해왔지만, 병원 측은 경영난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에서 코로나19 치료로 인한 손실금을 보전해 주겠다고는 하지만, 구체적 액수 등 정확한 지침이 아직 통보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비는 정부에서 낸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3월·4월 대구동산병원의 매출을 월 평균으로 계산해 20억 2000만원을 지난달 초 선지급했다. 나중에 코로나19 환자 진료비가 나오면 갚는 방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의 진료비는 수술 등을 필요로하는 일반 환자 진료비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따라서 지난 두 달간 병원 매출은 평년보다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 병원장은 “병원 매출이 3분의 1로 줄 것으로 생각되기에 정부에서 만약 차액을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줘야 한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코로나 환자 마저 줄어들텐데 손실금을 정부에서 모두 채워줄지도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 병원장은 “환자 치료도 중요하지만, 400여명 직원의 생계가 달려 있으니 정부에서도 이 부분을 같이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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