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할 일 다하면 언제든 물러나” 통합당 비대위원장 수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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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3호 08면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한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한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4·15 총선 때 미래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 전 의원이 24일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심재철 “28일 전국위 열어 의결” #조경태 “반대” 이준석 “대안 없어”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공식 요청했고 (김 전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심 권한대행은 “오는 28일 ‘김종인 비대위’를 공식 의결하기 위해 전국위원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됐던 비대위 기한에 대해 심 권한대행은 “당헌에 따라 비상 상황이 종료된 뒤 소집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될 때까지”라고 밝혔다.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돼 있는 당헌에 대해선 “전국위에서 개정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권한대행의 이 같은 발언은 “비대위원장을 맡기려면 임기를 충분히 보장해줘야 한다”는 김 전 위원장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당헌까지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김 전 위원장은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단기 비대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뒤 “대선 토대를 마련할 때까지 비대위 기한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와 관련, 심 권한대행은 “비대위 기한에 대해 당내에 여러 의견이 있었다”며 “8월 말로 끝내고 예정대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거나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말까지는 비대위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는 물론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는 정치 집단이 아니냐. 많은 사람이 반대하는데 일방적으로 끌고 갈 집단은 아니지 않느냐. 합리적인 선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당내 반발 여론 진화에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한 토론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당의 사정상 도와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듣고 수락했다”며 “통합당이 나를 꼭 필요로 한다고 의견이 모이면 힘든 일이지만 한번 해보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에 대해선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꼭 임기를 정확하게 할 필요가 없다. 나는 통합당을 돕는 사람 입장이지 내가 (사익을) 추구할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한이) 1년보다 짧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내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내엔 여전히 김종인 비대위에 거부감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전날 MBC 100분 토론에 나와 “비대위를 한다고 금방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적당히 비대위에 맡기고, 시간이 흘러 대선이 다가오고, 그럼에도 또 이러고 있다면 보수 야당은 정말 소멸하고 말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조해진 당선인도 “외부 비대위는 식민통치를 자청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 지도부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직후 “기한도 정하지 않고 당헌·당규를 뛰어넘는 권한을 주는 식의 비대위 출범에 반대한다”며 “이는 반민주적 행태”라고 반발했다. 반면 이준석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 말고 다른 카드를 내세울 수 있을 만큼 당의 옵션이 많지 않다”며 김종인 비대위 불가피론을 주장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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