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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文이 만든 당헌 때문에···與 오거돈 후임 후보 못내나

중앙일보

입력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연합뉴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연합뉴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시장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차기 부산시장 후보군에도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보궐선거 공천 포기론’이 나오고 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내년 4월 7일(4월 첫째 주 수요일)에 치러진다. 차기 후보군으로는 민주당 김영춘(부산 부산진갑·3선), 김해영(부산 연제·초선) 의원과 미래통합당 김세연(부산 금정·3선), 이언주(부산 남을 출마·재선)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들은 이번 4·15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불출마했다.

다만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엔 이날 “이 난국을 타개하는 것으로 내년 보궐선거에 공식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 대표이던 2015년 ‘김상곤 혁신위’에서 마련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선출직 공직자의 반(反)부패·청렴성 제고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반부패 사건에 연루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직을 상실한 경우 무공천 방침을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 비위 사건까지로 확대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8년 ‘미투(#MeToo)’ 폭로가 제기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 사건 직후 사퇴하긴 했지만, 같은 해 6·13 지방선거에서 새 충남지사를 선출하면서 이 당헌 조항이 적용되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형식 전 서울시 의원이 2015년 8월 살인교사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잃은 뒤 치러진 보궐선거에서는 공천하지 않았다.

따라서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낼지는 오 시장의 성추행이란 잘못의 ‘중대한’ 정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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