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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업률 30% 땐 푸드뱅크 감당 못해…제2 대공황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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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스티글리츠 교수

스티글리츠 교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종식되더라도, 이번 사태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국 경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 가디언 인터뷰 #“코로나19 확산에 빈부 격차 더 확대 #안전망 벗어난 긱 노동자부터 파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사진)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22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 내 ‘부의 불평등’이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00여년 간 꾸준히 늘어난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티핑 포인트(도약점)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팬데믹이 끝나기도 전에 중산층에서 가장 하위권을 차지하는 이들은 임금삭감·실업 등으로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저축하지 않고, 모기지·오토론·신용카드 등 빚에 의존해 아슬아슬한 삶을 유지해온 미국인의 가계 경제는 유리알처럼 취약해졌고, 실물 경제가 재가동된다고 해도 실업률·소비수준을 코로나19 이전으로 복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인은 음식 외엔 어떤 것도 소비하지 않으려는 상황이 올 텐데, 그게 바로 두 번째 대공황”이라고 경고했다.

빈곤층이 늘어날 경우 미국의 경제·사회 안전망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 인구의 14%가 푸드스탬프(저소득층에게 제공하는 식품 구입용 바우처)에 의존하고 있는데, 앞으로 수개월 내 실업률이 30%를 기록하면 미국 사회 인프라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푸드뱅크와 푸드스탬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사회 계층으로는 공유 자동차 우버의 운전사 같은 ‘긱(gig) 노동자’를 꼽았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긱 노동자는 실업보험기금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가장 먼저 개인 파산에 이를 수 있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플랫폼의 수수료 모델만 배를 불리는 공유경제의 한계가 코로나19로 뚜렷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키운 주범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를 지목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제 3세계 국가 정부 수준의 미봉책으로 미국 경제를 두 번째 대공황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트럼프의 잘못된 판단으로 백악관 내 팬데믹 담당 부서가 없어지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산이 깎였으며, 이 때문에 진단키트·마스크 등이 부족한 채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비난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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