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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팬데믹은 2~3파 패턴, 경기침체는 한번에 끝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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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독감이 엄습한 1918년 미국의 모습

스페인 독감이 엄습한 1918년 미국의 모습

경제 내적인 요인으로 시작된 위기 가운데 가장 긴 형태가 더블딥(double dip: 이중침체이다. 그렇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같은 외적 요인이 일으킨 위기는 어떤 패턴일까.
프랑스 인시아드(INSEAD)대의 안토니오 파타스 교수(경제학)는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외생변수(exogenous)가 낳은 위기에 대한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은 거의 없다”며 “코로나19가 어떤 단계를 거쳐 사라질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경제 앞날을 예측하려면 코로나19가 어떤 파동을 그릴지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1918년 팬데믹은 3파까지 이어졌고, 절정은 두 번째 파동 때였다 #58년 아시아 독감 사태는 두 차례 파동을 그린 뒤 사라졌다. #코로나19는 현재 첫 번째 파동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2차 파동이 시작되도 경제 충격은 크지 않을 가능성 !"

1918년 스페인독감은 2차 파동 때가 절정이었다

실제 요즘 영미권 경제분석가들은 과거의 경제위기가 아니라 역사 속 전염병 패턴을 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영국 경제분석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CE)의 제니퍼 맥코운은 22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 “1918년 스페인독감이 세 단계 파동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의 파동(세로: 사망자수, 가로: 기간)

1918년 스페인 독감의 파동(세로: 사망자수, 가로: 기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스페인 독감은 그해 봄(1파)과 가을(2파), 겨울(3파)에 기승 부렸다. 세 번째 파동은 이듬해인 19년 봄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여름에야 진정됐다.

CDC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스페인 독감이 발병한 때는 18년 3월 캔자스주에 있는 한 군부대로 기록돼 있다”며 “절정에 이른 시기는 그해 여름 2차 파동 때였다”고 설명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 경제는 스페인 독감이 2차 파동을 그리며 절정에 이르는 순간인 18년 8월 침체에 빠졌다. 경기 수축 기간은 길지 않았다. 7개월 정도였다.

58년 독감은 두 개 파동을 이뤄졌다

'아시아 독감(H2N2)'으로 불리는 57년 팬데믹은 그해 2월 홍콩에서 시작됐다. 첫 번째 파동은 그해 10월에 절정에 이르렀다. 미 경기는 전염병이 절정에 이르기 직전인 57년 8월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1958년 아시아 독감 파동

1958년 아시아 독감 파동

그리고 이듬해인 58년 3월에 팬데믹의 두 번째 파동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H2N2 바이러스는 거의 2년에 걸쳐 11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CDC는 설명한다. 미 경제는 이해 4월에 저점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

미 경제는 스페인 독감과 아시아 독감 때 비교적 짧은 하강 국면을 거쳤다. 7~8개월 만에 저점에 이르렀다. 이후 미 경제는 회복과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

68년 팬데믹은 계절 독감 직후 발생했다

팬데믹이발생하기 한해 전인 67년 계절 독감이 번졌다. 그리고 68년 7월 중국에서 색다른 독감이 발병했다. 이 바이러스는 세계로 확산돼, 69년 봄에 1차 파동을 만들었다. 팬데믹의 절정은 2차 파동 시기인 69~70년 겨울에 찾아왔다.

1968년 팬데믹

1968년 팬데믹

68년 팬데믹 앗아간 목숨은 100만~400만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미 경제 침체는 2차 파동에 발생했다. 69년 11월에 침체가 시작돼 이듬해인 70년 11월에 저점 이르렀다.
코로나는 현재 1차 파동을 만들고 있는 중!

세 차례 팬데믹 사례를 보면 경기 침체는 전염병 파동 수만큼 발생하지 않았다. 경기침체 파동은 한 차례로 끝났다.
올해 코로나19팬데믹은 1차 파동이 진행 중이다. 글로벌 경제는 이미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전염병 2차 파동에 경기침체가 엄습한 68년 패턴은 아닌 셈이다.

CE의 맥코운은 “(백신 개발 움직임 등 상황을 살펴볼 때) 코로나19 2차 파동이 야기할 경제충격이 심각하지는 않겠지만 무시할 수준은 아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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