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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문은상 압수수색…주식 미리 팔아 1300억 챙긴 혐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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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 연합뉴스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 연합뉴스

제약·바이오기업 신라젠의 주주·임원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1일 문은상 신라젠 대표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라젠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서정식)는 이날 오전부터 문 대표 주거지와 개인 사무실, 신라젠 서울사무소 등에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8월에도 신라젠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문은상, 157만주 미리 매각해 손실 회피  

신라젠 주주·임원들은 항암 치료제로 알려진 ‘펙사벡’의 임상 실험이 중단될 것을 사전에 알고 보유 주식을 미리 팔아 막대한 시세 차익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문 대표를 비롯해 신라젠의 특별관계자와 전·현직 임원들이 지난해 8월 펙사벡의 마지막 임상 실험 중단 전 매도한 주식은 총 2515억원(292만765주)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문 대표는 2017년 12월 156만2844주를 주당 8만4000원대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2월 코스닥에 상장된 신라젠은 2017년 하반기부터 펙사벡 임상 실험 소식이 전해지며 연일 급등해 2017년 11월 주가가 13만원선까지 올랐다. 그런데 임원과 특별관계자들이 신라젠 지분을 대량 매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신라젠 주가는 요동쳤고, 지난해 8월 미국에서 펙사벡 임상 시험 중단 권고 발표가 최종적으로 나오며 주가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무 일 없다’는 신라젠 말을 믿었던 개미투자자들만 막대한 손해를 안게 됐다. 최근 신라젠 주가는 1만2000~1만3000원 수준이다.

문 대표와 마찬가지로 거액의 지분을 미리 매각해 수십억원대의 손실을 피한 혐의를 받는 신라젠 전 대표 곽병학·이용한씨는 지난 17일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은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곽·이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페이퍼컴퍼니 통해 수천억원 시세차익 챙긴 의혹도 

한편 문 대표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대규모 신라젠 주식을 취득한 뒤 수천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신라젠이 상장하기 전인 2014년 곽병학·이용한씨와 함께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신라젠으로부터 400억원을 투자 유치받고, 그 돈을 다시 신라젠이 발행한 전환사채(CB) 및 신주인권부사채(BW)를 매입하는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후 문 대표 등은 매입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한 뒤 신라젠 상장 후 주식 전환가의 20배가 넘는 평균 8만원대에 판매해 수천억원의 부당 수익을 얻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가 업무상 횡령·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20일 신라젠 홈페이지에 호소문을 올리고 “규제 당국이 요구하는 모든 자료에 일체의 허위 사실이 없고, 신고 및 허가 취득을 통해 적법하고 투명하게 성장했다”며 “일부 언론에서 대주주의 부당이익으로 거론하고 있는 수천억원은 국세청의 요구에 따라 이미 국가에 세금으로 납부한 상태이며 개인의 사적 이익으로 취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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