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물질해 모은 1억 기부···제주도 93세 해녀 할망의 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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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금현 할머니(왼쪽)가 제주도 자택에서 삼육대 김정숙 대외협력처장에게 대학 발전기금 1억원을 전달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삼육대]

부금현 할머니(왼쪽)가 제주도 자택에서 삼육대 김정숙 대외협력처장에게 대학 발전기금 1억원을 전달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삼육대]

90세가 넘은 해녀가 평생 물질과 밭일을 하며 모은 재산 1억원을 삼육대학교에 내놨다. 삼육대는 제주도에서 해녀로 살아 온 부금현(93) 할머니가 최근 “훌륭한 인재를 기르는 데 써달라”며 이 대학에 발전기금 1억원을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인재 기르는데 써달라” 삼육대에 전달

부 할머니는 17세부터 물질을 시작해 81세까지 60년 넘게 해녀로 일했다. 물때가 되면 바다에 나가 소라와 홍해삼 등을 캤고,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육지에서 밭농사와 장사, 품일 등을 하며 돈을 벌었다. 10년 전 물질을 그만둔 뒤로는 공공근로를 하면서 쉼 없이 일했다. 최근 계단에서 다리를 다치자 손에서 일을 놨다.

부 할머니는 최근 “빈 마음으로 세상을 떠나야겠다”며 토지 등 재산을 정리해 친척과 주변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줬다. 그 중 1억원을 교육사업에 헌신하고 싶다는 뜻에 따라 장학금 전달에 쓰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평소 다니는 교회 목사 소개로 알게 된 삼육대에 발전기금을 전달했다.

자녀가 없는 부씨는 이전에도 형편이 어려운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80여명을 개인적으로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육대 신학대학장을 지낸 고(故) 한성보 교수와 오만규 전 교수도 대학시절 부 할머니에게 장학금을 일부 지원받았다.

부 할머니는 “남을 도와주는 게 기쁜 일이지,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은 별로 기쁘지 않았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이 나라를 이끌어갈 훌륭한 인재를 기르는 데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육대 관계자는 "기부금의 구체적인 용처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기부자의 뜻에 따라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학교발전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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