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코스에서의 패배, 농구 코트에서 화풀이한 마이클 조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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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첫 우승 후 기뻐하는 마이클 조던. [AP]

1992년 첫 우승 후 기뻐하는 마이클 조던. [AP]

미국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 ESPN에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7)의 다큐멘터리 마지막 춤(The Last Dance)을 방송하고 있다. 21일까지 총 10개의 에피소드 중 2개가 나왔는데 벌써부터 골프광인 농구황제의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

1986년 조던이 속한 시카고 불스와 보스턴 셀틱스가 맞붙은 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 때 일이다. 2차전을 앞둔 날 아침 조던은 셀틱스 가드 대니 에인지와 골프를 했다. 에인지가 돈을 조금 땄다. 에인지는 “골프하면서 트래시 토킹(상대의 심리를 흔드는 욕이 섞인 거친 말)도 했는데 그게 실수였다”고 다큐멘터리에서 말했다.

조던은 그날 저녁 열린 2차전에서 63점을 쏟아부었다. NBA의 플레이오프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엘긴 베일러의 61점) 기록을 깼다. 대니 에인지는 그날 오전에 한 라운드에서의 패배가 조던을 자극했다고 봤다.

조던은 맹활약했지만 시카고 불스는 2차 연장 끝에 셀틱스에 패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은 34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있다. 당시 셀틱스 포워드이자 전설인 래리 버디는 “믿을 수 없는 경기였다. 이전에도 그런 경기를 본 적이 없고 이후에도 없다. 신이 마이클 조던으로 분장하고 나온 것이었다”고 했다.

비슷한 일화는 또 있다. ESPN 다큐멘터리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이스하키 스타로 골프를 잘하는 제러미 로닉은 지난해 시카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조던과의 일화를 증언했다.

둘은 아침 일찍 골프장에서 만나 18홀 라운드를 했다. 로닉이 2000달러를 땄다. 그는 “그날 저녁에 조던이 클리블랜드와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한 라운드가 끝난 후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조던이 한 라운드 더 하자고 했다. 그래서 가방에 맥주를 가득 채우고 18홀을 더했다”고 말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오른쪽)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오른쪽)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두 번째 라운드에서도 로닉이 2000달러를 땄다. 오후 내내 맥주도 마셨다. 로닉은 “지치고 술도 많이 마신 조던이 농구 경기에서는 형편없는 실력을 보일 것 같았다. 조던에게 ‘오늘 딴 돈을 네가 상대할 클리블랜드에 다 걸겠다’고 했다. 그러자 조던은 ‘우리 팀이 20점 이기고 나는 40점 이상 넣을 것’이라 하더라”고 했다.

결과는, 조던이 52득점하고 불스가 26점 차로 이겼다. 로닉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조던은 드림팀으로 참가해 우승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기간에도 낮에 코스에서 36홀씩 라운드하고 저녁에 코트에서 맹활약했다고 전해진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조던이 스카티 피펜을 골프로 끌어들인 일화도 나온다. 마이클 조던은 신인 스카티 피핀에게 골프 클럽을 사줬다. 대스타 조던의 리더십이었을까. 피펜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피펜은 “조던이 내 돈 따먹으려고 그랬다”고 웃으며 말했다. 조던은 도박을 좋아한다. 골프장에서도 내기를 크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던은 농구에서 은퇴한 후 프로 골퍼가 되려고 했다가 포기했다. 골프 실력이 나쁘지 않지만, 프로 골퍼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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