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 이상설까지 나온 김정은의 이상한 잠행은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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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북한은 태양절)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배는 물론 이후에도 공개활동을 중단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지난 주말 동안 김 위원장 신변 이상설이 제기된 데 이어 20일엔 그가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첫 태양절 참배 불참 이후 증폭 #일각에선 심혈관 시술받았다는 소문도 #정보당국, 신변 이상 징후는 포착 안돼 #신변위협설, 침묵 통한 미국 관심 끌기 #미 대선 잎둔 중대 결단 등 관측 나와

정부 당국자는 20일 “김 위원장이 태양절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 집권 이후 처음이고, 이후에도 공개활동이 없어 배경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예하 추격습격기연대를 현지지도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12일 관련 소식을 보도했는데, 이후 그의 공개 활동은 중단됐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예하 추격습격기연대를 현지지도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12일 관련 소식을 보도했는데, 이후 그의 공개 활동은 중단됐다. [연합뉴스]

이 당국자는 “북한은 국내외 언론에서 김 위원장 본인이나 주변 인물의 신변 이상설을 제기하면 곧바로 자신들의 매체에 등장해 건재를 과시해 왔다”며 “그러나 지난 16일부터 김 위원장 신변 이상설이 제기되고 있는데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5월 건강 이상설이 나오자 김 위원장은 하루에 7차례 현지 지도를 하는 모습을 공개해 건재를 과시했다. 또 비슷한 시기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신변 이상설이 제기되자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관람하면서 김 제1부부장을 김 위원장 바로 옆에 앉혔다.

이런 전례를 고려하면 최근 신변 이상설에 김 위원장은 공개 행보를 보여줘야 했는데 20일 오후 현재까지 없는 상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쿠바 국가수반인 미겔 마리오 디아스카넬 베르무데스 국가평의회 의장의 60세 생일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냈다"고 보도했을 뿐이다.

정부는 일단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들어 17차례 공개활동을 했는데, 열흘 이상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경우도 5번이나 된다. 그가 태양절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8일 동안의 ‘침묵’만으로 신변 이상으로 보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정보 당국도 김 위원장의 신변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모습을 감춘 이유는 뭘까.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북한 당정군 고위 간부들이 그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조화는 이날 사진에 나왔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뉴스1]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북한 당정군 고위 간부들이 그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조화는 이날 사진에 나왔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을 맞아 당과 정부, 군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 들어서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자신 명의의 조화는 보냈지만 참배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아 직접 참배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을 맞아 당과 정부, 군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 들어서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자신 명의의 조화는 보냈지만 참배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아 직접 참배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연합뉴스]

우선 신변 위협설이다. 북한의 ‘이상’ 징후는 당초 10일 열릴 예정이던 최고인민회의(정기국회)가 이틀 연기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북한은 또 14일 강원 문천지구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이와 관련해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한 다음 날 관영 매체에 보도하던 ‘관례’를 깬 것이다. 이어 김 위원장은 15일 태양절 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최고인민회의(12일)에 전달할 안건을 논의하는 노동당 정치국회의(11일)를 전후해선 군단별 박격포병 구분대 사격대회(10일 보도)와 공군부대를 찾아 현지지도(12일 보도)를 했다.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 이후 첫 정치행사(최고인민회의)에 전념해야 할 시점에 지방을 찾은 셈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최고인민회의를 연다는 것은 회의를 앞두고 김 위원장이 참석하는 당 정치국 또는 전원회의가 열린다는 뜻이어서 사실상 김 위원장의 동선이 공개된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에 이어 북ㆍ미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신변에 위협을 느껴 김 위원장이 동선을 흐린 뒤 침묵의 시간을 갖는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침묵을 통한 관심 끌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다섯 차례나 단거리 미사일을 쐈다. 2017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쏘는 등 군사적 행동으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으로 반드시 참석해야 할 행사(태양절)에 나타나지 않는 방식으로 관심을 끌려는 차원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재등장할 경우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의 전략적 도발을 하거나 반대로 전격적인 회담 제안이 있었다는 점에서 중대 결단을 앞두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한 정보 소식통은 이날 "지난달 22일 김여정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 핵심은 미국에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최근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B-52 전략폭격기를 괌에서 철수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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