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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면역" 트럼프 칭찬 항체검사···"신뢰도 20% 중국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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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항체 검사 결과 음성 반응이 나온 중국산 간이 검사기.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항체 검사 결과 음성 반응이 나온 중국산 간이 검사기. [AP=연합뉴스]

앤드루 쿠오모 미 뉴욕 주지사는 19일(현지시간) "더 많이 검사할수록 더 많이 경제를 개방할 수 있다"며 "이번 주부터 대규모로 신종 코로나 항체 검사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뉴욕 주민의 어느 정도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뒤 스스로 항체를 형성해 치료했는지 파악해 경제 재개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경제 재개 판단용 주정부·기업 대량 구매 #뉴욕주 "하루 10만명까지 항체 검사 실시" #시판중인 90종 가운데 美 FDA 승인은 4종 #텍사스 라레도 중국산 2만개 정확도 20% #영국도 200만명분 불량 판정 전량 창고행 #WHO "항체 있어도 면역 여부 검증 안 돼"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90여종의 항체 검사 대부분이 식품의약청(FDA) 심사나 승인 없이 시판 허가만 받은 것으로, 신뢰도 20~30%의 불량품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뉴욕주는 당장 이번 주 3000명을 샘플로 항체 검사를 한 뒤 앞으로 하루 최대 10만명까지 검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항체 검사가 얼마나 많은 주민이 감염돼 항체를 형성했는지 실제 청사진과 기준을 제공할 것"이라며 "사상 최대 규모의 검사"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17일 "항체 검사는 우리가 멋지고 아름다운 면역을 갖게 됐다는 것을 보여줘 미국인의 일터 복귀를 지원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에 주 정부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들도 직원들의 현장 복귀를 위해 자가 임신 진단기처럼 빠르면 30분 내 즉석에서 결과를 알 수 있는 간이 항체 검사기 구매에 나서고 있다. 직원의 항체 형성 여부로 회사 개방이 안전한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 샘플 채취용 면봉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의료 생산장비 업체에 한 달에 2000만개의 검사용 면봉을 생산하도록 국방물자생산법 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 샘플 채취용 면봉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의료 생산장비 업체에 한 달에 2000만개의 검사용 면봉을 생산하도록 국방물자생산법 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항체 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와 달리 손끝에서 혈액을 채취해 신종 코로나 항체가 있는지를 감별하는 검사다. 감염 초기 일주일 잠복기엔 나타나지 않고 2주차 이후 회복기에 검사가 가능하다.

문제는 미국 내 항체 검사기 90여종 가운데 FDA의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것은 단 4종뿐으로, 나머지는 아무런 검증 없이 시판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텍사스 라레도 지역 인사들은 50만 달러에 주민 2만명분 중국산 항체 검사기를 구입했지만 신뢰도 93~97%라는 업체 주장과 달리 실제 정확도는 20%에 불과했다. 결국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 전량 연방정부에 압류됐다.

미국보다 앞서 항체 검사를 도입한 유럽에선 이미 '중국산 불량' 경고가 나온 상태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중국의 2개 업체에서 가정에서 자가 진단이 가능한 항체 검사기 200만명분을 2000만 달러에 구매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그대로 창고로 보냈다. 감별력이 떨어져 당장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 외엔 검사기가 반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스페인에서 구매한 항체 검사기 1차분은 업체의 80% 정확도라는 광고와는 달리 30%가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심지어 FDA가 승인한 4종의 항체 검사기 중 하나인 셀렉스도 5%의 허위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체는 초기 잠복기엔 형성되지 않는 특성상 허위 양성반응만큼 실제 감염자는 식별되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스티븐 한 미 FDA 청장은 지난 16일 워싱턴포스트에 "FDA 사용 승인을 받지 않은 검사에 대해선 아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체가 존재해도 재감염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없다고 항체 검사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상태다.

WHO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신속 항체 검사는 일반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다른 병원균에도 반응할 수 있다"며 "또 항체 여부로 신종 코로나에 면역이 생겨 다시 감염되지 않을 것이란 증거도 지금까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체 검사는 의료 현장에서 환자 치료용으로 사용해선 안 되며 질병 감시나 역학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항체 검사의 효용 논란에도 독일은 전 국민을 상대로 확산 실태 파악을 위해 항체 검사를 시행하는 나라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항체 검사법을 통해 초기부터 신종 코로나 진단 방법으로 이를 사용하고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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