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3→1457→1914…코스피 ‘동학개미운동’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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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코스피지수의 연중 최고점이 2267.25(1월 22일)였음을 감안하면 상승 여력이 좀 남았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실물경제 쇼크가 본격화하고 있어 낙관하기 힘들다. 사진은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의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코스피지수의 연중 최고점이 2267.25(1월 22일)였음을 감안하면 상승 여력이 좀 남았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실물경제 쇼크가 본격화하고 있어 낙관하기 힘들다. 사진은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의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코스피지수 2243(2월 14일)에서 한 달 뒤 1457(3월 19일)로, 다시 한 달 만에 1914(4월 17일)로. 지난 두 달여 동안 증시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투자자들은 35% 급락과 31% 급등을 두 달 만에 경험했다.

금융시장 어디로 가나 #외국인 40일만에 3200억 순매수 #전세계 돈풀기에 유동성 장세 #패닉 지났지만 기업 실적이 관건 #수퍼여당 탄생, 증시엔 영향 무관

외국인은 3월 5일부터 4월 16일까지 30거래일간 총 14조7649억원을 순매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33거래일, 8조9834억원) 순매도 기록과 기간은 유사하고, 금액은 월등히 많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37%는 외국인 몫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떠받친 건 개인투자자였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12조7885억원을 순매수했다. ‘동학개미운동’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였다.

17일 외국인이 약 40일 만에 돌아와 약 3200억원을 순매수했다. ‘돌아온’ 외국인은 삼성전자(2621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귀환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순매수가 계속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한달 만에 1900 회복한 코스피.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한달 만에 1900 회복한 코스피.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또 한 번의 유동성 장세가 시작될 거란 기대감도 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 정부가 취했던 폐쇄적인 조치들이 조금씩 완화하는 상황이고, 위축된 경기 역시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지금은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지수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악은 지났다”면서도 아직 마음을 놓을 때는 아니라고 말한다. 코로나19의 실물경제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고용·소비·생산 지표는 사상 최악 수준이다. 중국 1분기 성장률(-6.8%)도 충격적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하는 1분기 성장률도 마이너스가 유력하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각국의 시장 안정 조치로 적어도 불이 시스템으로 옮겨붙진 않을 것으로 본다”이라며 “다만 5월에 미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한 뒤 감염이 다시 확산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21대 총선에서 ‘슈퍼 여당’이 탄생한 건 주식시장엔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경기나 증시 모두 내부 국정 주도권보다는 대외 경제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와 국회를 잇는 강력한 국정운영 컨트롤타워가 갖춰짐에 따라 재정을 쏟아부어 부양에 총력전을 펼 수 있다는 점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과거에도 여당의 승리와 증시는 무관했다는 점에서 볼 때 중장기 증시영향은 ‘중립’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주가는 결국 기업 실적의 반영이다. 일단 패닉에서 벗어나자 이제 투자자들이 기업 실적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은 개인과 연기금의 매수세가 코스피 반등을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발표될 기업의 1분기 실적과 향후 전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제 ‘돈의 힘’이 아닌 기업의 실력으로 승부할 때가 된 셈이다.

채권시장은 금리가 하락할 거란 기대감(채권가격은 상승)이 커지고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이달 들어 가동을 시작한 데다, 한국은행이 5월 초 ‘금융안정특별대출’을 도입해 증권사·보험사에 직접 대출을 실시키로 하면서 회사채 시장이 점차 안정을 되찾을 전망이어서다.

동시에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거란 기대도 채권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은은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0.75%)을 결정했지만, 이주열 총재는 “정책 여력이 남았다”며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3분기에 한 차례 추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애란·장원석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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