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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못차린 통합당···'김종인 비대위' 놓고 주말 내내 싸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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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수습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그러나 방법론과 인물을 둘러싸고 내부 의견이 부딪치며 자칫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보령-서천에서 당선되며 3선에 성공한 김태흠 통합당 의원은 19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키로 한 당 지도부를 공개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과 지도부 몇몇이 일방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결정하고, 심 대행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난 것은 심히 유감스럽고 부끄럽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총선 결과에 책임이 있고 총선에 실패한 심 대행이 당의 미래가 걸린 사안을 당내 논의 없이 결정한 것은 월권행위”라는 이유였다. 또 “툭하면 외부인에게 당의 운명을 맡기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라며 “외부인의 손에 맡겨서 성공한 전례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최고위에서도 충돌은 있었다. 비대위 전환을 주장하는 다수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새 지도부 선출안을 주장한 일부 의견이 대립하면서다. 한 당직자는 “지도부가 사실상 공백인 상태라 수습 대책과 관련한 온갖 주장이나 당내 잡음들이 더 많이 터져 나올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비토(거부)론은 당 외곽 보수 단체에서도 제기됐다. 보수 원로 모임인 국민통합연대는 19일 성명을 내고 “정치적 수명을 다한 통합당은 자진해산하고 중도실용 정당으로 환골탈태할 것을 권고한다”며 이를 위해 “빠른 시일 내 창당 비대위를 구성하고, 총선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인사는 비대위원장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통합연대 측은 “김종인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 부적절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12월 출범한 국민통합연대는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김진홍 목사, 최병국 변호사, 권영빈 전 중앙일보 사장, 이문열 작가 등 5명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당 대표 권한대행(왼쪽 셋째) 등 지도부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심재철 미래통합당 당 대표 권한대행(왼쪽 셋째) 등 지도부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러나 당내에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옹호하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황교안 전 대표 사퇴로 붕괴된 당내 리더십 재건이 시급한 과제라는 이유다. 당장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과 관련한 추경안 심사를 두고 여당과 협상을 진행해야 하지만, 대표는 공석이고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심재철 원내대표도 총선에서 패했다. 조경태 의원을 제외한 최고위원 전원이 낙선했다. 지도부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당 핵심 관계자는 “솔직히 김 전 위원장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라도 빨리 비대위원장으로 모시고 전권을 준 뒤 방해하는 인사들은 과감히 쳐내며 당을 갈아엎어야 한다”며 “그런 식의 혁신을 한 경험도 있고, 또 특화된 게 김 전 위원장”이라고 말했다.

김태흠 미래통합당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충남도당 출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오만한 민주당을 심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김태흠 미래통합당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충남도당 출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오만한 민주당을 심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갈등 조짐이 일면서 절충안도 제시됐다. 국회 부의장인 이주영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적격”이라면서도 “반대하는 분들도 나름대로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 만큼 다른 방안이 있는지 중론을 모으는 과정을 거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등판 요청을 받는 김 전 위원장이 우려하는 것 역시 이 같은 당내 반발과 잡음이다. 그는 총선 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 제안과 관련해 “2012년 창조적 파괴를 말하며 새누리당 혁신 작업을 했을 때도 참 어려웠다”며 “전권을 준다 해도 지금은 그 약속을 지켜줄 사람도 없고, 뜻에 안 맞으면 이구동성으로 난리를 칠 텐데 특별한 목적의식도 없는 사람인 내가 가서 개혁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총선결과 관련 특별기자회견에서 임윤선 선대위 대변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총선결과 관련 특별기자회견에서 임윤선 선대위 대변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특히 김 전 위원장은 이번 총선을 통해 당내 지분이 더 커진 영남파 중진들의 반발을 우려했다. “영남 쪽이 많이 당선됐는데, 과거처럼 ‘영남 패거리’가 나타나고 이들이 절박함이 대신 안이한 생각을 갖는다면 앞으로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다. 당내에서도 이런 의견이 커지고 있다. 총선에 불출마한 한 의원은 "당이 이렇게 된 데에 책임이 큰 영남 중진 의원들이 큰소리를 내고, 혁신을 가로 막는 고질적인 문제가 또 발생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한편 위기 극복 해법을 둘러싸고도 분열 조짐이 일자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권영세 서울 용산 당선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당 안팎에서는 새 지도부를 꾸리는 것에 관한 논의만 눈에 띈다”며 “왜 졌는지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먼저다”라고 했고, 장제원 부산 사상 당선인 역시 페이스북에 “당권이나 당 헤게모니를 두고 조금이라도 다투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제는 정말 끝”이라고 적었다.

윤정민ㆍ박현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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