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서 어쩌다…佛 핵항모서 660명 코로나 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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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프랑스의 핵 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 호.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프랑스의 핵 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 호.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의 핵추진항공 모함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호의 대원 668명이 집단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코로나의 잠복기인 2주일을 훨씬 지나 발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감염 경로를 몰라 군이 진상파악에 나섰다.

영국 가디언, BBC 등 언론은 16일(현지시간) 프랑스 국방부를 인용해 지난 14일까지 샤를 드골 호 항모전단 소속 장병 1767여명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중 66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체 대원의 3분의 1이 넘는 인원이다.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이들도 있어 감염 인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대원 중 31명은 해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그중 한 명은 중증치료 병상으로 옮겨졌다고 군은 전했다.

샤를 드골 항모전단은 중동 이슬람국가(IS)의 확장을 차단하고 이라크군을 지원하기 위해 전개된 '샤말'(Chammal) 작전에 지난 1월 투입돼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훈련을 위해 북대서양에 배치돼 있던 중이었다.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함에 따라 샤를 드골 항모전단은 북대서양에서의 작전을 중단하고 지난 12일 프랑스 남부 툴롱 해군기지로 귀환했다.

문제는 샤를 드골 항모전단은 3월 중순 이후 외부와의 접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프랑스 해군에 따르면 항모전단은 지난 3월 13~15일 프랑스 대서양 연안브레스트항에 정박했다가 출항했다. 브레스트 출항 후 3주가 지나자 샤를 드골 항모에서 코로나 의심 환자들이 발생했다고 한다. 코로나의 최대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2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넘긴 시점에서다. 항모전단 내에서 코로나 확산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프랑스 군 당국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의심환자 발생 뒤 이들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폭로도 나오고 있다. 익명의 샤를 드골 대원은 "4월 3~4일쯤부터 상황이 매우 빠른 속도로 악화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바이러스 차단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다른 대원은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군이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놓고 장난을 쳤다"며 분노를 표했다. 작전 중단을 제안했지만 군이 묵살했다면서다.

프랑스군에 따르면 해군참모총장은 샤를 드골 항모전단의 의혹과 코로나 발병 과정과 관련해 해군참모총장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국회(하원) 국방위원회도 오는 17일 샤를 드골 항모전단의 코로나 확산과 대처에 대해 국방장관을 소환해 질의할 계획이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전 세계 코로나 발병 통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프랑스의 총 확진 환자 수는 14만 1900명이다. 사망자는 1만 7941명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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