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발 수출 쇼크 4월 초순 -18.6%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이 수출에도 본격적으로 번졌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액은 122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 줄었다. 지난달 하순(21~31일)에도 수출이 15% 감소한 데 이어 이달 들어 수출 감소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석유제품 -48% 감소폭 가장 커 #한국 수출 주력 반도체도 -1.5%

최근 유럽연합(EU) 등 주요 수출 지역에서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국의 수출 전망도 어두워졌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EU에 대한 수출은 20.1% 줄었고 중남미(-51.2%)와 중국(-10.2%)·베트남(-25.1%) 수출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본(-7%)과 미국(-3.4%)에 대한 수출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업종별로는 석유제품(-47.7%)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가운데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1.5%)도 부진한 모습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지난 2월 9.3% 증가했다가 지난달에는 2.7% 감소로 돌아섰다. 주요 반도체 제품의 단가는 올해 들어 상승했지만 스마트폰과 PC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이 오르는 추세이긴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수출 -7% 차부품 -32%…내수까지 동반 침체 우려

코로나에 일평균 수출 감소 전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에 일평균 수출 감소 전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관련기사

승용차 수출은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7.1% 줄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 부품 수출은 31.8% 감소했다. 한국산 부품을 많이 수입하는 혼다·피아트크라이슬러·포드 등 해외 자동차업체의 공장이 코로나19 여파로 휴·폐업에 들어간 영향이 컸다. 무선통신기기의 수출액도 23.1% 줄었다.

이 기간 휴일을 제외한 조업일수는 8.5일(토요일은 0.5일로 계산)이었다. 하루 평균 수출액은 14억4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8.6% 감소했다. 정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조익노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조업일수) 8일 정도의 실적으로는 유의미한 해석이 어렵다”고 말했다.

주요 지역별 수출 증감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주요 지역별 수출 증감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지난달에는 수출이 0.2% 감소(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해 코로나19에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열흘 단위로 뜯어보면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지는 게 엿보였다. 지난달 중순(11~20일) 2.2% 증가했던 하루 평균 수출액은 지난달 하순 15% 감소로 돌아섰다.

곤두박질친 국제 유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곤두박질친 국제 유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달 하순을 고비로 수출이 본격적인 침체에 들어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요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산유국의 구매력도 약해져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부진해졌다”며 “중국 경제도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한국의 수출은 상당 기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와 수출이 함께 부진해지는 복합 경기침체 우려도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5월과 6월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 중소·중견기업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위기를 맞았다”며 “한시적으로 노동정책을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기업을 살려놔야 경기회복 국면에서 고용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