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ㄹ는지’의 잘못된 변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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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번 주엔 끝날까?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 간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종료돼도 손님이 얼마나 늘지는 알 수 없다.

“이대로 얼마나 더 버틸런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또다시 연장되지 않을는지…” “생활방역체계로 전환하면 소비심리가 조금이나마 살아날른지…” 이런저런 고민을 토로한다.

이들 고민 속에 눈에 띄는 표현이 있다. 제각각 표기된 ‘버틸런지’ ‘않을는지’ ‘살아날른지’ 중 맞는 표현은 무엇일까? ‘않을는지’처럼 적어야 한다. ‘버틸런지’는 ‘버틸는지’로, ‘살아날른지’는 ‘살아날는지’로 고쳐야 바르다.

어떤 일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는 ‘-ㄹ는지/-을는지’다.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말 뒤에선 ‘-을는지’, 그 외엔 ‘-ㄹ는지’ 형태로 쓰인다. 추측, 가능성 등 확정된 현실이 아님을 나타내는 어미 ‘-ㄹ/-을’과 막연한 의문을 나타내는 ‘-는지’가 결합한 형태다. 발음에 이끌려 ‘-ㄹ런지/-을런지’나 ‘-ㄹ른지/-을른지’로 사용할 때가 많으나 이런 어미는 없다.

“어디로 갈런가?” “온 사람이 몇이나 될런고?”의 ‘-ㄹ런가’ ‘-ㄹ런고’의 어미에서 잘못 유추해 표기하는 경우도 많다. 주로 옛 말투의 글에서 ‘-겠던가’의 뜻을 나타내는 ‘-ㄹ런가’와 더 예스러운 표현인 ‘-ㄹ런고’와는 무관하다. 이들 어미를 떠올려 ‘-ㄹ런지/-을런지’와 같이 적어서는 안 된다.

간단히 ‘-ㄹ지/-을지’ 꼴로 바꿔도 대부분 의미가 통한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는지 의문이다”를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로 표현할 수도 있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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