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의 의약분업 성공은 서비스가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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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동경의 한 약국. 이곳엔 세면대가 화장실이 아닌 조제실 옆에 놓여있다.
약사가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환자에게 손씻는 것을 보여주려는 배려다.

일본 후생성이 인정한 ´기준(基準) 약국´ 들은 허가기준보다 2~3명의 약사를 더 고용한다.
약사가 허둥대면 환자들이 불안해한다는 것이 그 이유´ .
7월1일 우리나라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국민들의 저항감이 만만치 않다.

예상되는 가장 큰 걸림돌은 환자들의 불편. 반드시 병원을 거쳐 약국을 들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번거로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정부도 가장 걱정하는 대목.
그렇다면 의약분업을 어떻게 국민 속에 안착시킬 수 있을까. 그 해답의 열쇠를 일본 약국이 가지고 있다.

일본은 의약분업이 실패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강제분업을 시행했지만 의사들의 반발에 부딪쳐 정부가 임의분업으로 방침을 선회했기 때문. ´일본약국을 알면 의약분업이 쉬워진다´ 의 저자 약사공론 정동명부국장은 "일본 약사들은 정부지원없이 의사들의 처방전을 끌어내려고 고군분투했다.

그것은 바로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와 신뢰였다" 고 말한다.
그 결과 임의분업 초기 0%의 처방전 발행율은 현재 35%까지 올라갔다.
환자들이 약사들을 신뢰해서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의사들에게 처방전을 요구한 것.
일본 약사회는 1996년부터 ´질문을 하세요´ 캠페인을 벌였다.
약의 효능.효과부터 주의사항, 부작용 등 다섯가지 질문을 해야 약을 받아가도록 유도했다.
약사와 환자의 대화가 시작됐고, 약의 중요성 인식과 복약지도가 저절로 해결됐다.

의약분업의 또다른 난제는 약국마다 수많은 전문의약품(1만3천여종) 을 갖출 수 없다는 점. 따라서 동네약국은 망하고, 대형약국만 살아남아 환자들 불편을 가중시킨다.
이를 막기 위해 일본 정부와 약사회는 의약품 비축센터를 만들었다.
동경도에만 33개가 있는 이 센터의 적자는 지자체와 약사회가 각각 절반씩 부담한다.

환자 서비스에 대한 배려는 곳곳에서 번뜩인다.
유모차와 장애인을 위해 문턱을 없애고, 약력수첩을 만들어 지속적인 부작용 모니터링을 한다.
환자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처방전은 즉시 복사해 한장은 조제용, 다른 한장은 컴퓨터 입력용으로 활용한다.

" ´환자는 약국까지 올때 이미 지쳐있다. 10초라도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 라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다" 고 정국장은 설명한다.

10여차례 일본 약국들을 탐방한 그는 "의약분업은 단순히 의.약사 업무기능의 분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약의 오.남용을 막도록 상호견제하고, 소비자쪽에 서서 불편한 점을 개선할 때 국민속에 정착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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