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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에 분노 일산, 집값 폭등 마용성···총선 '아파트 표심'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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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121석 수도권의 총선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아파트 표심’이다. 수도권은 대한민국 어느 지역보다 아파트가 밀집돼 있다.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76%이기에 아파트값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문재인 정부 3년간 19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수도권 아파트값은 대체로 급등했다. 또한 가격 상승에서 소외된 지역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다. 최고가를 경신 중인 서울 강남이 현 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치솟는 아파트를 넋 놓고 지켜본 세입자들의 낭패감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입장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면서 변덕스럽고 복잡하며 오묘한 게 바로 아파트 표심이다.

'진보벨트’ 일산에 균열 생길까

총선이 종반전에 접어 들면서 여야간 치열한 혈투가 펼져지고 있다. 고양지역 4곳을 잡기 위해 여야 지도부가 지원유세를 펼쳤다. 10일 미래통합당 고양병 김영환ㆍ고양정 김현아 후보 지원유세하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사진 아래)과 지난 6일 고양병 홍정민ㆍ 고양정 이용우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연합뉴스]

총선이 종반전에 접어 들면서 여야간 치열한 혈투가 펼져지고 있다. 고양지역 4곳을 잡기 위해 여야 지도부가 지원유세를 펼쳤다. 10일 미래통합당 고양병 김영환ㆍ고양정 김현아 후보 지원유세하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사진 아래)과 지난 6일 고양병 홍정민ㆍ 고양정 이용우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연합뉴스]

1기 신도시 일산이 포함된 고양 갑·을·병·정은 전통적으로 진보세가 강하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03년 당시 개혁국민정당 소속으로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첫 입성하고 재선에도 성공했다. 고양 덕양갑(당시)에서다. 심상정 의원은 19대 때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고양갑에 당선됐고, 현재까지 이 지역 현역이다. 현재 고양 4개 지역구는 민주당 3, 정의당 1이다. 19대 때도 3곳을 진보계열이 차지했다.

하지만 치솟는 서울 집값에 같은 1기 신도시인 분당과 격차가 벌어지며 일산 민심은 흉흉하다. 성남시 아파트 매매가가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47%가 증가한 반면 고양시는 8% 상승에 그쳤다.

고양시 지역구 의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고양시 지역구 의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흉흉한 민심에 불을 지른 건 창릉 지역에 들어선다는 3기 신도시 발표였다. 고양정이 지역구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앞장서 창릉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자, 지역민들은 매주 거리에 나섰다. "우리가 그렇게 만만하냐"는 반발이었다.

이 틈새를 노리고 미래통합당은 고양정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출신의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그는 ‘창릉 신도시 전면철회’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역시 카카오뱅크 대표였던 이용우 후보를 내세웠다. 최근 여론조사는 초박빙이다.

일산 다른 세곳도 예측불허다. 3기 신도시와 맞물리며 이 지역은 수도권 아파트 표심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신흥 부촌으로 부상하는 ‘마용성’은 

‘마용성’ 지역구 의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마용성’ 지역구 의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은 현 정부 들어 부동산값이 가장 급등한 곳으로 꼽힌다. 상승률만 따지면 강남보다도 우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2017년 1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 마포구 아파트 중위가격은 5억9900만원에서 9억4500만원으로 58%나 뛰었다. 용산구는 8억8662만원에서 13억5000만원(53%), 성동구는 6억2471만원에서 9억1560만원(47%)으로 급등했다. 세 지역 공히 재개발 등으로 신규 아파트가 대거 생겨난 점이 아파트값 폭등을 유발했다는 평가다.

집값 급등은 지역을 부촌으로 변모시키면서 정치적으로도 다소 보수 경향을 띤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마용성은 대체로 도심·여의도·강남으로의 출퇴근을 중시하는 3040의 거주 비율이 높아졌다. 민주당에 더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오른 건 실현된 소득이 아니다"라며 "대단지 신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인구 구성도 다소 달라진 면이 있어 현재로선 이번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마용성은 선거구상으로는 5개 지역구다. 중·성동을(지상욱)을 빼고 모두 민주당이 현역이다.

아파트값 적게 오른 군포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중 집값 상승폭이 가장 적은 곳으로는 산본 신도시가 포함된 군포가 꼽힌다. 2010년부터 2017년 1분기까지 7년간 8% 올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3년간 14% 상승했지만, 경기도 전체 평균 상승폭(19%)에는 못 미친다.

서울 인근 중엔 주거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정치적으로는 진보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2000년부터 다섯차례 총선 중 한번을 제외하고는 민주당 계열이 승리했다. 하지만 속사정을 따져보면 근소한 차로 당락이 결정됐다. 선거구가 갑·을로 분구된 20대때는 군포갑에서 김정우 민주당 의원이 726표차로 가까스로 당선됐다. 이번 총선에서 군포는 다시 하나로 합구됐다. 3선 도전하는 이학영 민주당 후보와 심규철 통합당 후보가 대결한다.

수도권 표심에 ‘부동산’이 중요 변수가 되면서 관련 공약도 쏟아지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마저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때문에 가슴이 쓸어내린 경우가 많다면, 누구의 말이 현실성과 일관성을 띄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고 조언한다.

박해리·홍지유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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