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떨어져 장갑 끼고 투표"···방역 철저했던 재외국민 투표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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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해외 거주 유권자들의 투표(재외투표)가 진행 중인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소재 주스웨덴 대한민국대사관에 설치된 재외투표소에서 사전 발열체크가 진행되고 있다. [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제공]

제21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해외 거주 유권자들의 투표(재외투표)가 진행 중인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소재 주스웨덴 대한민국대사관에 설치된 재외투표소에서 사전 발열체크가 진행되고 있다. [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세계 각국에 봉쇄령이 내려진 가운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재외투표가 진행됐다. 비록 절반 이상의 공관에서 재외선거 사무가 중지되거나 단축 운영됐지만, 일부 공관에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 끝에 무사히 재외투표를 치렀다.

6일(현지시간) 현지 교민에 따르면,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재스웨덴 한국대사관에는 건물 문고리마다 항균 커버가 씌어 있었다. 건물 입구에서는 대사관 직원들이 비접촉 체온계로 유권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손 소독제는 물론 장갑까지 비치해 놓았다고 한다. 투표 대기실 의자도 2m 이상의 간격을 유지해 배치하면서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했다.

6일 주스웨덴 한국대사관에 재외투표소가 설치된 모습. [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제공]

6일 주스웨덴 한국대사관에 재외투표소가 설치된 모습. [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제공]

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재외투표소 입구 문고리에 항균커버가 씌어져 있다. [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제공]

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재외투표소 입구 문고리에 항균커버가 씌어져 있다. [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제공]

특히 주스웨덴 대사관은 투표 시작 일주일 전 이메일을 통해 현지 교민들에게 투표 희망 날짜를 받았고, 유권자들이 특히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날을 공지해 해당 날짜에 투표자가 몰리는 것을 사전에 방지했다고 한다.

스톡홀름에 거주 중인 최정희(여·31)씨는 중앙일보에 "스웨덴 공관의 투표 준비는 훌륭했다"며 "투표를 하며 마주친 모든 대사관 직원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일주일 전에 투표자가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날을 알려줘 그날을 피해 투표하러 갔고 다른 유권자와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규 주스웨덴 대사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은 소위 '록다운(Lockdown)으로 불리는 이동 금지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국가라 비교적 재외투표를 잘 치를 수 있는 여건이었다"며 "코로나로 인해 여러 명이 모이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 투표율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적어도 스웨덴에서는 많은 분이 참정권을 행사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투표한 정우리(여·38) 씨도 "바닥에 초록색으로 충분히 간격을 두고 줄을 설 수 있도록 표시가 돼 있었고, 투표 시 착용할 장갑을 나눠줬다"며 "특히 5명씩 영사관 건물로 들어가도록 직원이 안내해 투표 내내 영사관 내부가 사람들로 붐비는 일이 없었다"고 투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2일 오전 일본 도쿄총영사관에서 투표한 김휘을(남·24)씨는 "영사관 투표소 1층 입구에 손 소독제와 열 감지 카메라가 설치돼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었다"며 "직원들이 위생 장갑을 착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유권자들이 많지 않아 혼잡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1일 제21대 국회의원 재외국민 선거 투표소가 개설된 도쿄총영사관에서 투표를 하려온 교민들이 1m씩 떨어져 기다리고 있다. [윤설영 도쿄특파원]

1일 제21대 국회의원 재외국민 선거 투표소가 개설된 도쿄총영사관에서 투표를 하려온 교민들이 1m씩 떨어져 기다리고 있다. [윤설영 도쿄특파원]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신종 코로나의 전 세계 확산에 따라 55개국 91개 공관의 재외선거사무 중지를 결정했다. 36개 공관에서는 재외투표 기간을 단축·운영했다. 이에 따라 재외국민 투표는 지난 1~6일 전 세계 85개 공관, 91개 투표소에서만 진행됐다. 최종적으로 투표율이 23.8%를 기록, 역대 최저치로 끝났지만, 신종 코로나라는 재난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다.

김다영·홍지유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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