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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백신 시험장 아니다" ... 佛 의사 주장에 격분한 아프리카

중앙일보

입력

아프리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시험해야 한다는 프랑스 의료·보건 전문가들의 발언에 아프리카인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BBC 방송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케이프타운의 한 무료급식소. 아프리카에서도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EPA=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케이프타운의 한 무료급식소. 아프리카에서도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EPA=연합뉴스]

논란의 발언은 최근 프랑스 LCI방송 토론회에서 나왔다. 파리 코친병원 의사 장 폴 미라가 "마스크도 없고 치료 약도 없는 아프리카에서 관련 실험을 할 수 없겠느냐"는 말을 꺼낸 것이다. 어차피 아프리카인들은 스스로 치유할 능력이 없다는 뉘앙스의 말도 덧붙였다. 그러자 카미유 로슈 국립보건의학연구소장이 "우리는 아프리카에서의 연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감염증 백신을 만드는 '실험 대상'으로 여기는 듯한 이 발언에 아프리카인들은 당연히 격분했다.

먼저 유명인들이 나섰다.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전 축구선수 디디에 드록바는 "우리(아프리카인)를 기니피그 취급하지 말라"며 분노를 표했고, 역시 축구선수 출신인 사무엘 에투(카메룬)는 "살인자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소셜미디어(SNS)도 이들을 지지하며 프랑스 의사들을 비판하는 포스팅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일이 커지자 세계보건기구(WHO)가 나섰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아프리카에서 신종 코로나 백신을 시험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21세기에 과학자들로부터 그런 말을 듣다니 수치스럽고 섬뜩하다"고 비난했다. 또 "심각한 인종차별"이라고도 비판했다. 6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슈퍼마켓 바닥에 '거리두기'를 요청하는 마크가 표시돼 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나라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슈퍼마켓 바닥에 '거리두기'를 요청하는 마크가 표시돼 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나라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아프리카에서도 확산 속도 빨라져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신종 코로나 확산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54개국 중 51개국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5일 기준 대륙 내 확진자는 1만명에 육박하고 누적 사망자는 414명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확진자가 1600명을 넘어섰다. 알제리·이집트·모로코에서도 각각 1000명이 넘는 확진 사례가 나왔다. 이 3개국은 모두 북아프리카에 있는 국가로 유럽과 가깝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 침체에 대비해 속속 돈을 풀고 있다. 신종 코로나에 저유가라는 악재까지 덮친 나이지리아는 국제통화기금(IMF)에 34억 달러(약 4조16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산유국으로, 최근 유가 하락으로 큰 곤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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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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