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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서 신종 코로나 과잉 봉쇄...집 나왔다고 총으로 쏴 사망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도중 시민들을 총으로 쏘는 등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케냐, 우간다 군경이 자택 격리 조치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 밖에 나온 시민들에게 채찍을 휘두르고 실탄을 발사해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봉쇄령이 내려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거리를 순찰하는 군경   [신화통신=연합뉴스]

봉쇄령이 내려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거리를 순찰하는 군경 [신화통신=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 교외 지역에선 경찰이 봉쇄 조치에 저항하는 군중들에게 고무탄을 발사하고 채찍으로 내리쳐 3명이 사망했다.

케냐에서는 경찰이 쏜 총에 맞아 13살 소년을 포함한 5명이 사망했고, 우간다에선 통행금지를 어기고 오토바이를 탄 시민들에게 군민들이 총을 쏴 2명이 다쳤다.

WSJ에 따르면 최근 아프리카 전역에서 봉쇄 조치를 강제하기 위해 폭력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십여개가 넘는 국가들이 시민들의 움직임을 통제하기 위해 군 병력을 투입하고, 술과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조처를 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 감염을 최대한 억제해 부족한 의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WSJ는 전했다.

그러나 WSJ는 혼잡한 빈민가에서 그나마 사회적 거리를 두기 위해 애쓰는 시민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할 경우 오히려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나친 봉쇄조치가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 노력을 수포가 되게 만든단 뜻이다.

정치리스크 자문회사를 운영하는 라이언 커밍스 대표는 "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많은 이들은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국가가 자신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이처럼 공권력에 대한 적대감이 감염병 확산을 막으려는 정부의 요청에 협조하지 않게 만드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아프리카 안보연구소는 지난 1일 보고서에서 "봉쇄령을 남용해 생긴 위협이 신종 코로나로 인한 위협에 필적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의 확진자 수는 다른 전 세계 국가들의 확진자 수 상황에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프리카 내 49개 국가로 확진자가 퍼지고, 확진자 수도 급증하는 상황이다.

특히나 깨끗한 물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사람들이 자주 손을 씻기가 어렵다. 유엔은 아프리카 도시 지역 거주민의 60% 가량이 깨끗한 물을 접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 약 5억 8700만 명이 기본적인 위생 수칙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란 뜻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통계에서 3일 기준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총 1462명이다. 남아공 정부는 외출 금지령을 내리고 요하네스버그 인근 빈민가에 군을 파견해 엄격한 봉쇄 조치를 시행 중이다.

온라인에 군인들이 시민들을 구타하는 장면이 퍼지면서 과거 남아공에서 행해지던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의 '발로 차고, 총으로 쏘고, 때리기'(kick, shoot and beat)가 재현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남아공 보건 장관은 지난달 31일 "봉쇄 정책 덕분에 남아공의 감염률이 안정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59명의 확진자가 보고된 케냐에서도 남아공과 비슷한 통행 금지령이 시행되고 있다. 인권단체는 케냐 인구의 85%가 정기 급여가 없는 이들인 만큼, 노점과 같은 비공식 경제생활을 해야 해 갑작스러운 폐쇄 조치를 견뎌내기 힘들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케냐 정부에서는 저녁 7시 이후 거리 이동을 제한하는 통금 시간을 두고 있는데, 일부 작업장에서는 통금시간 이후에야 퇴근을 허락하는 바람에 시민들이 폭력에 노출되기도 한다. 실제로 케냐에서 지난달 31일 사망한 13살 소년 야신 후세인 모요는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 샨티카운 거리를 봉쇄하려던 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

케냐에서 경찰 실탄을 맞고 사망한 13세 소년의 장례식 [AP=연합뉴스]

케냐에서 경찰 실탄을 맞고 사망한 13세 소년의 장례식 [AP=연합뉴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도 지난달 31일부터 노약자와 임산부도 이동 허가를 받도록 하는 거리 봉쇄 방침을 발표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WSJ는 현지 주민들이 "바이러스보다 배고픔으로 먼저 죽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간다 택시 운전자인 제임스 카코자는 "경찰에게 두드려 맞더라도 일하러 가는 게 낫다. 집에 앉아서 배고프다고 울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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