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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성경화증

중앙일보

입력

▣ 다발성 경화증이란?

다발성 경화증이란 말 그대로 중추신경계(뇌와 척수)를 다발성으로 침범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주로 젊은 연령층에서 자주 발생하며 미국을 비롯한 서양인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미국에서는 다발성 경화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손실이 엄청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는 전형적인 예가 드물게 발견되지만 척수만을 침범하는 경향을 띠는 비전형적인 예는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 원인

이러한 병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단 하나의 기전을 들어 설명할 수 있는 정확한 이론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이러한 병이 잘 생길 수 있는 유전적인 소인 (부모에 의해서 자녀에게 직접적으로 유전되는 증거는 없다)이 있는 사람에게서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발생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이 발생하게 되는 구체적인 기전으로는 ´자가면역 기전´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해부병리적으로는 중추신경계 세포의 축삭 Axon을 싸고 있는 수초 Myelin 라는 물질을 주로 파괴함으로써 탈수초 상태를 일으켜 증상을 유발한다고 하여 ´탈수초성 질환 Demyelinating disorder´의 범주에 속한다.

▣ 증상

이 질환의 증상은 침범하는 중추신경계의 부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뇌를 침범하면 뇌의 각 부분의 기능에 따라 다양한 증상(운동마비, 언어장애, 의식장애, 사고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척수를 침범할 경우에는 양사지의 운동마비나 감각이상, 배뇨/배변장애 등의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증상은 시신경염인데 이는 병의 초기에 혹은 경과 중에 동반될 수 있는 중요한 증상으로서 한쪽 눈의 통증과 시각장애 (중심시야 장애, 시각감퇴, 색감의 장애 등)를 나타내고 심하면 실명까지 일으킬 수 있다. 중한 경우에는 시간 간격을 두고 양측 시신경이 모두 침범될 수도 있다. 중추신경계를 다발성으로 반복하여 침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시신경염의 병력이 있는 경우 다발성 경화증의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증상의 경과는 재발성으로서 뇌와 척수등의 중추신경계의 여러 부위를 번갈아가며 침범하는 양상을 보인다. 대개 악화-완화를 반복한다고 일컬어지는 이러한 경과의 특징은 한부위에 병이 발생하고 나서 이로 인한 증상이 회복되어 가는 과정 중에 또 다른 부위가 침범하여 다른 증상을 유발하거나 기존의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양상이다. 이러한 발병이 점차 반복 될수록 당연히 신경계의 손상은 점차 축적되어 결국 심한 장애를 남기기에 이르기도 한다.

물론 병의 경과가 다 그런 것은 아니어서 어떤 경우에는 회복이 완전한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마치 만성 퇴행성 질환과 같은 양상으로 증상의 회복없이 계속해서 악화만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대개 이러한 병의 경과로 인해 만성적인 장애를 남기게 되고 또 발병 연령이 젊은 층이 많기 때문에 환자 자신이나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를 남기는 무서운 병이라 할 수 있다.

병변의 재발과 관련하여 또 한가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여러가지 감염증, 사고로 인한 손상, 출산후 2-3개월간의 기간 등 신체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상황에 의해 이러한 병변의 재발이 촉진되는 측면이 있고 때로는 뜨거운 물에서 목욕을 하거나 높은 온도에 노출된 후 증상의 악화를 경험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 진단

1. 자기공명영상 MRI
진단은 대개 환자의 병력 (과거 중추신경계 증상의 유무, 시신경염의 병력 등)과 이학적 검사를 자세히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고 보다 정밀한 검사를 위해서 ´자기공명영상 MRI´를 시행하게 된다.

급박한 상황이거나 다른 진단이 의심스럽거나 MRI 검사가 여의치 않은 경우 ´컴퓨터 촬영 CT´ 을 먼저 시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병변의 크기가 작을 수도 있고 척수나 뇌간과 같이 작은 부위도 정밀하게 관찰하여야 하기 때문에 CT 검사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 뇌척수액 검사
또 한가지 중요한 검사는 ´뇌척수액 검사´로서 요추부위를 천자한 액에서 MBP (Myelin Basic protein, 중추신경계의 수초와 관련된 단백질의 일종) 의 양을 측정해 보거나 알부민과 글로블린의 상대적 비율을 측정함으로써 진단하게 된다.
또한 이 척수액 검사는 중추신경계 감염증과 같이 다발성 경화증과 혼동될 수 있는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검사이다.

3. 뇌유발전위 검사
다음으로는 ´뇌유발전위 검사´를 들 수 있는데 시신경이나 척수의 병변이 과거에 경하게 앓고 지나갔거나 혹은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발병후 회복되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이러한 부위에 손상의 흔적이 있는 지를 찾고자 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 치료

치료로는 기존에 주로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가 사용되어 왔다. 이는 다발성 경화증의 주요 기전이 자가면역 기전이라는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서 신체의 면역 기능을 약화시킴으로서 병을 조절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최근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치료들이 비록 질환의 급성기에는 뚜렷한 효과를 가지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병의 재발을 억제하거나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따라서 효과가 인정된 것은 급성기에 대량의 스테로이드 제제나 면역억제제 등을 일정 간격으로 수일에 걸쳐 주입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재발을 방지함으로써 만성적인 퇴행을 경감시키기 위해 베타글로블린 beta-globulin 을 척수액이나 피부를 통해 주입하는 치료가 많이 시도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큰 부작용없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치료는 지속적으로 계속 받아야만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외에도 많은 실험적인 약물들이 있으나 임상적으로 적용되기에는 더 시간이 걸릴 것같다.

병 자체에 대한 치료는 아니지만 이미 발생한 증상으로 인한 후유증을 조절하는 여러가지 치료법들이 있는데 그것은 각각의 증상이나 후유증에 따라 구별된다. 예를 들면, 마비가 발생했던 부위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근육의 강직이 와서 이로 인해 활동력이 떨어질 때는 적절한 물리치료와 근육을 이완시키는 약물을 사용함으로써 호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근 강직 외에도 환자는 병변 부위에 따라 각종 통증, 거동불능, 피로감, 배뇨장애, 성기능장애, 경련 등의 후유증을 경험할 수 있고 또 만성적인 장애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등의 감정장애도 보일 수 있으므로 각각의 경우에 대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미국과 같이 다발성 경화증이 흔한 곳에서는 대개 신경과 전문의, 심리치료사, 물리치료사, 전문 간호인력 등이 주축이 되어 이러한 환자에 대해 통합된 치료가 가능하도록 팀을 구성하여 대처하고 재활의학과, 정신과, 비뇨기과, 안과 등 많은 진료과가 관여하게 되기도 한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많은 진료과와 전문인력 못지 않게 보호자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만성적으로 장애를 유발함으로써 심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안겨 주는 질환이므로 이러한 환자에 대한 정신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 관련된 몇가지 질문
(Current Therapy in Neurologic Disease, Johnson & Griffin 에서 인용하였습니다)

1.다발성 경화증은 유전되는가?

유전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이 곧 직접적으로 유전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발성 경화증이 유전적 요인이 있다는 증거는 특별히 서양인들 즉, 백인종에서 흔히 발생하고 사람 백혈구 항원 중 특별한 형태 (HLA type-DR2)를 가진 경우에 호발하는 사실 등이 있다. 그러나 흔히 알고 있는 유전병과 같이 직접적으로 유전되는 것은 아니며 다발성 경화증을 가진 어머니의 자녀가 같은 질환에 이환될 가능성은 대개 3-5%라고 한다. 일반인에 비해서는 높은 수치이지만 절대적인 수치로 보아 위험성이 높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2.임신을 해도 무리는 없는지?

다발성 경화증을 가진 환자가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 대개 임신 중에는 병의 경과가 호전되다가 출산 후 12주 가량의 기간에 재발하거나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병 자체의 전체적인 경과에서 임신과 출산에 의해서 병의 증상이나 장애의 정도가 우려할 정도로 악화된다는 증거는 없다. 따라서 경증이나 중등도의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임신과 출산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3.모든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결국 심한 장애를 겪게 되는가?

실제로 다발성 경화증의 경과는 각각의 경우에 따라 다양해서 약 1/3가량의 환자는 오랫동안 큰 장애의 위험없이 지낸다는 보고도 있다. 또 감각이상이 주된 증상이거나 마비가 없고 소뇌증상이 없는 환자들에게서는 그 예후가 좋다는 이론도 있다. 따라서 예상되는 병의 경과에 대해서는 주치의사와 상담을 통해 대처해야 하겠으나 어떤 경우 이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고통 받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때는 정신과적인 상담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참고]

´자가면역´이란 자신의 신체의 일부분을 외부로부터 유래한 이물질, 즉 항원 antigen 으로 인식하게 됨으로써 이를 방어하기 위한 항체 antibody 가 만들어져서 염증 반응을 유발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염증반응은 병균과 같은 이물질에 대해서는 우리의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신체 자신의 일부분을 이물질로 잘못 인식하여 발생할 경우에는 그 신체 조직에 손상을 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대표적인 자가면역 질환으로는 류마티스 관절염, 전신성 홍반성 낭창, 근무력증 등의 질환들이 있다.

신경과 전문의 이주헌 & 남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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