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직책도 없는데 ‘선대위원장급’···임종석·유승민 왕성한 행보 왜

중앙일보

입력

유승민 통합당 의원(왼쪽)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유승민 통합당 의원(왼쪽)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은 왜 양당 선대위에서 공식 직책도 없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원 유세를 할까.

임 전 실장은 5일 서울 동작구 남성역 4번 출구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 연설을 했다. 그는 "싸움꾼이 아닌 일꾼을 국회로 보내달라"며 "국민과 대통령과 정부가 힘을 합해서 이 위기를 더 잘 극복해갈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대립과 갈등, 소모적 정쟁 속에 가슴 아파해야 할지 이번 선거에서 그 방향이 결정된다"고 했다.

유 의원 역시 같은날 경기 안양동안갑에 출마한 임호영 후보를 지원했다. 그는 임 후보 선거사무실을 찾아 "문재인 정권은 지난 3년간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며 우리 경제를 '생체실험'하듯이 완전히 망쳤다"며 "제발 통합당에 기회를 줘서 국회 과반을 차지해 남은 문재인 정권 2년 동안 잘못된 정책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임 전 실장과 유 의원은 각각 민주당과 통합당에서 공식 직책을 맡지 않고 있지만, 행보는 "선대위원장급"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은 "선거를 지켜보기만 한다면 훗날 대권가도를 기약할 수 없으므로 손 놓고 있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석, 수도권→광주 찾아 존재감 높여

임 전 실장의 첫 등장은 지난 2일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민주당 후보(서울 광진을) 지원이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고 밝힌 지 137일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그는 지난 1월 21일 민주당 정강·정책 첫 연설자로 나섰다.

임 전 실장은 이후 3일 윤영찬(성남중원), 4일 이탄희(용인정), 5일 홍정민(고양병) 등 민주당 후보 10여명에 대한 지원 유세에 나섰다. 6일부터는 '정치는 함께 하는 것'이란 구호를 내걸고 광주에 내려간다. 임 전 실장 측은 "호남 지원 유세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을 강조하려는 의미"라고 했다. 이후 충남(8일), 강원(9일)도 찾는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5일 서울 동작구 지하철 남성역 주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동작구을 이수진 후보의 선거유세에서 이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5일 서울 동작구 지하철 남성역 주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동작구을 이수진 후보의 선거유세에서 이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전 실장 측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이번 선거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나선 것"이라며 "향후 정치적 계획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에선 차기 대권 행보라는 해석이다.

민주당 전략통 의원은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임 전 실장이 최소한 당의 곁을 지켜줬다는 명분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지원한 후보가 당선되면 임 전 실장에게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당이 호남 선대위원장직을 요청하거나, 서울 광진을 출마를 타진했을 때 '깊은 고민 끝에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는데 쉽게 번복하긴 어렵다'고 임 전 실장이 하더라"며 "공식 직책을 맡는 것은 곧 정계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라 무보직으로 지원 유세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나흘간 15명 지원

유 의원은 올해 2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이끌던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과의 신설 합당을 선언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두문불출하던 유 의원은 지난달 26일 46일간의 침묵을 깨고 천안함 폭침 10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유 의원은 지난달 29일 "계파를 따지지 않고 어떤 후보든 돕겠다"며 2일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원 유세에 나섰다. 김은혜(성남분당갑), 정미경(수원을) 등 민주당 현역과 대결하는 통합당 후보에 대한 지원이 대부분이었다. 5일까지 나흘간 15명을 지원했다.

유승민 통합당 의원이 3일 경기도 의정부시 지하철 1호선 회룡역 인근을 찾아 4·15 총선 경기 의정부갑에 출마한 강세창 통합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통합당 의원이 3일 경기도 의정부시 지하철 1호선 회룡역 인근을 찾아 4·15 총선 경기 의정부갑에 출마한 강세창 통합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의원의 메시지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생에 대한 비판이 중심이다. 유 의원은 4일엔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의 주범이면서, 잘한 것처럼 포장한다"고 했다. "자신의 강점인 경제 분야를 부각하면서 중도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발언"이란 분석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유 의원은 대구가 아닌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세를 돌면서 중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 의원은 '황교안 체제'와 거리를 두기 위해 공식직책을 맡지 않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유 의원이 총선 이후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박해리·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