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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엔 '자택격리' 띄우고, 로또점·미술관 등 훑고다닌 군포 확진 부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어머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경기도 군포시에 사는 50대 아들과 그 아내가 격리 기간 로또 판매점 등 여러 곳을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고 밖으로 나갔던 이들은 이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군포시는 이 가족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군포시는 자가격리 기간에 외출한 A씨(58)와 B씨(53·여) 확진자 부부와 자녀 일가족 3명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군포경찰서에 고발했다고 4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집단감염이 일어난 효사랑요양원의 첫 확진자인 85세 여성의 아들과 며느리다. 이 여성은 지난달 22일 치료를 받던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폐렴으로 숨졌다.
이들 부부는 지난달 19일 어머니가 확진되자 2주간 자가격리 됐다. A씨와 B씨는 자가격리 해제를 앞두고 한 검사에서 지난 1일과 3일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역학조사 과정에서 이들 부부와 그 자녀가 자가격리 기간 수차례 주거지를 벗어난 사실이 확인됐다.

남편은 일주일간, 아내는 엿새간 외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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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시가 이날 공개한 이들 부부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14일 자가격리 기간에 7일을, B씨는 6일을 외출한 것으로 각각 조사됐다.

A씨는 자신의 차를 이용해 동군포TG물류센터를 지난달 20일·24일·29일·30일과 이달 1일에 걸쳐 5번 방문했다. 방문 이유는 파악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에는 아내의 차로 가족 3명이 오후 5시 19분부터 약 2시간 동안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호암미술관을 다녀왔다.
부부의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앱) 상으로는 자택으로 기록돼 있으나 자동차 블랙박스에는 이들이 호암미술관을 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자가격리 해제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전 10시 30분 집으로 찾아온 보건소 측의 검체 검사 후 이날 오후 2시 38분∼2시 41분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로또 판매점 2곳을 찾았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같은 날 오후 7시 10분 양성 판정을 통보받고 오후 10시 성남시의료원으로 이송됐다.

B씨는 호암미술관 가족 나들이 외에는 주로 당동에 있는 주택가를 방문했다. 걸어서 외출한 것으로 추정되나 차를 타고 당정역이나 한세대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때도 B씨 자가격리 앱상에는 자택으로 기록돼있으나 폐쇄회로(CC)TV 또는 자동차 블랙박스에는 B씨가 밖에 나간 흔적이 남아있었다.
B씨는 4월 1일 검사 후 2일 오전 11시 재검사를 받기 전 차를 타고 당동중학교·주유소·김밥집을 갔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은행 자동입출금기(ATM)나 교회 주차장 등도 다녀왔다. 다음 날인 3일 오전 10시 25분 확진 판정을 받고 성남시의료원으로 옮겨졌다.

부부의 딸은 혼자 외출하지는 않았고 주로 부모가 밖으로 나갈 때 함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동선이 군포시청 블로그 등을 통해 공개되자 "자기들만 아는 사람들이다" "신상 공개하라" 등 자가격리 지침을 지키지 않은 부부의 행동을 비난하는 댓글이 수백개 달렸다. "군포시가 제대로 관리한 게 맞느냐" 등 군포시의 대응을 지적하는 댓글도 있었다.

군포시 관계자는 "부부가 자가격리 기간 너무 심하게 여러 곳을 돌아다녀 경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격리 조치를 위반하면 5일부터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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