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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검역 뚫은 美유학생 확진…귀국 며칠전부터 해열제 복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있던 미국 유학생이 해열제를 먹은 상태로 별다른 제지 없이 공항 검역을 통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증상 입국자들이 전용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증상 입국자들이 전용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4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미국 유학생 A씨(10대)는 귀국을 앞둔 지난달 23일 미국 학교 기숙사에서 열감(발열 증상)과 근육통 증상이 나타나자 다량의 해열제를 복용했다. 그리고는 24일 우리나라 국적기를 이용해 2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귀국후 확진 판정 #발열 증상에 해열제 먹고 비행기에 탑승 #확진 판정 받고 부산지역 병원 입원치료

A씨는 입국 당시 발열 등 코로나19 관련 의심 증상이 있었지만, 공항검역소 검사에서 별다른 제지 없이 통과했다. 공항을 빠져나온 뒤에는 가족의 차를 타고 부산 자택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부산에 도착한 그는 26일 오전 집 근처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한 뒤 확진 판정을 받고, 부산지역 병원에 입원했다.

보건 당국은 A씨 부모를 밀접 접촉자로 분류하고 검사를 진행했다. 부모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당국은 A씨가 입국하기 전부터 발열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판단,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객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A씨가 이용한 비행기에서는 20여 명의 접촉자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A씨는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을 때 해열제 복용 사실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귀국 전 며칠에 걸쳐 해열제를 먹었고 몇알을 먹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부산 남구보건소 입구에 마련된 '다목적 음압·양압 검체 채취 부스'에서 의무사무관이 코로나19 진단을 위해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으로부터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달 31일 부산 남구보건소 입구에 마련된 '다목적 음압·양압 검체 채취 부스'에서 의무사무관이 코로나19 진단을 위해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으로부터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 관계자는 “A씨가 (열감 등이 있어서)해열제를 먹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 얼마나 많은 양의 해열제를 먹고 공항 검역을 지나갔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 입국자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잇따르면서 공항 검역에 구멍이 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A씨의 경우처럼 열이 있는데도 해열제를 먹고 공항을 통과할 경우 마땅한 검사 방법이 없어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단순히 발열 체크 만으론 해외 입국자의 코로나19 증상 유무를 모두 파악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입국 검사도 중요하지만, 해외 각국에서도 출국 전 꼼꼼한 검사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신진호 기자, 부산=이은지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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