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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철강·정유는 코로나 아팠다···시총 톱20서 배터리·게임 점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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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0일 오후 대구시 서구 중리동 서대구산업단지의 한 입주업체가 폐업해 문이 닫혀있다. 원자재 수입과 완성품 수출이 막히면서 서대구산업단지 입주업체 조업률이 10%대로 떨어졌다. 내수 시장에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도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불황에 시달린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대구시 서구 중리동 서대구산업단지의 한 입주업체가 폐업해 문이 닫혀있다. 원자재 수입과 완성품 수출이 막히면서 서대구산업단지 입주업체 조업률이 10%대로 떨어졌다. 내수 시장에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도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불황에 시달린다. 연합뉴스

위기는 산업을 바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재택근무와 언택트 소비는 근무방식과 소비패턴을 바꿔놨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단언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에서는 코로나19발 산업 구조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코로나가 바꾼 코스피 시총 톱20 #모비스 6→11위, 기아차 20위 밖으로 #저금리 장기화에 금융사도 하락세 #LG화학·삼성SDI 배터리 미래효과 #엔씨 12계단, 카카오 5계단 껑충

중앙일보가 코로나19 전·후의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을 분석해보니 몇 가지 특징이 포착됐다. 대표적인 경기 민감 품목인 자동차와 철강 관련 기업은 순위 하락이 뚜렷했다. 반면 게임과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사업과 관련된 기업은 시총 순위 상승이 가팔랐다. 지난해 12월 30일 코스피 종가 기준 시총 순위와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 지난달 31일 코스피 종가 기준 시총 순위를 비교한 결과다. 삼성전자 우선주는 제외하고 순위를 매겼다.

코로나19로 공장 가동 중단 사태를 맞은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시총 5위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말에는 7위로 다소 하락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연말 순위(6위)와 비교해 5계단 하락해 코스피 시총 기준으로 10위권 밖인 11위에 그쳤다. 철강업을 대표하는 포스코도 시총 순위에서 하락세가 뚜렷했다. 지난해 연말 시총 기준으로 9위에 올랐던 포스코는 지난달 말에는 16위까지 떨어졌다.

18일 대구시 북구 제3산업단지관리공단 거리에 공장매매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관리공단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공단 내 대부분 공장에 신규발주는 나오지 않고 기존의 발주도 취소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8일 대구시 북구 제3산업단지관리공단 거리에 공장매매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관리공단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공단 내 대부분 공장에 신규발주는 나오지 않고 기존의 발주도 취소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산 및 소비 감소와 국제유가 급락이 동시에 찾아오면서 커진 불확실성이 국내 주가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조수홍 NH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양적 성장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업황 부진은 장기화 할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시총 변화 뚜렷 

'경기 민감' 기업의 시총 하락과 이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확인된 바가 있다. 2007년 코스피 시총 상위에 올랐던 포스코(2위), 현대중공업(3위), SK이노베이션(10위)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10위권 바깥으로 하락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내 에너지 계열사의 실적이 반영되는 ㈜SK의 시총 순위는 지난해 연말 15위에서 지난달 19위로 하락했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산업을 중심에 둔 기업의 코스피 시총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시총 순위가 상승했다. 테슬라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LG화학은 지난해 연말 코스피 시총 기준 8위에서 지난달 말에는 6위로 2계단 상승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의 시총 순위 변화도 눈에 띈다. 지난해 연말 시총 18위에 올랐던 삼성SDI는 지난달 말 시총 기준 10위에 올라섰다. LG화학과 삼성SDI의 시총 순위 상승은 차 산업 중심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산업 구조 변화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전·후 시총 톱 20.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 전·후 시총 톱 20.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올해 자동차 회사가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유럽에서 판매해야 하는 전기차 물량은 총 190만대”라며 “코로나19로 단기적으론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 차질이 있겠지만, 하반기에 더 많은 물량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가 전면 최소된 1일 서울 영등포 구청 관계자들이 여의서로 구간을 통제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가 전면 최소된 1일 서울 영등포 구청 관계자들이 여의서로 구간을 통제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엔씨소프트 12계단, 카카오 5계단 껑충 

게임과 온라인 상거래 등 비대면 산업과 관련된 기업의 시총 순위 상승은 더 가팔랐다. 지난해 연말 시총 25위에 머무르던 엔씨소프트는 12계단이 상승해 지난달 말에는 시총 13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카카오도 22위에서 17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엔씨소프트와 카카오의 20위권 진입에 삼성생명과 기아차는 코스피 시총 20위권 밖으로 밀렸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를 계기로 e커머스와 클라우딩 컴퓨팅 등 비대면 산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에서도 코로나 19 이후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비대면 기업의 매출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 미주로 급속히 확산하는 등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자동차, 반도체, 정유화학 등 한국 주력 수출업종의 실적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 미주로 급속히 확산하는 등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자동차, 반도체, 정유화학 등 한국 주력 수출업종의 실적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무제한 풀리는 돈에 금융기업은 순위 하락 

금융과 보험 업계의 시총 순위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빠르게 하락했다. 삼성생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시총 20위를 기록하던 삼성생명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25위로 밀렸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도 11위에서 16위로 밀렸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헬리콥터 머니를 풀면서 역마진이 확대되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경우 주가 부진은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구조 변화를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IMF 구제금융과 미국발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산업 구조가 크게 변화한 것처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산업 구조도 변화할 것"이라며 "산업 구조 변화는 이제 시작됐고, 1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더 뚜렷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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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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