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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여파로 한달 만에 다시 꺾인 수출…“선방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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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달 수출이 전년 대비 0.2% 줄었다. 지난 2월 15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지만 한 달 만에 뒷걸음질 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발목을 잡혔다. 코로나 19 여파로 전 세계 교역이 얼어붙은 데다 유가 하락으로 수출 단가가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그나마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 유럽연합(EU)과 같은 주요 수출 대상국에서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여 향후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수출이 버텨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월 일평균 수출은 6.4% 감소

‘C의 공포’에 다시 꺾인 수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C의 공포’에 다시 꺾인 수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내놓은 '3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69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조업일수 증가 등에 힘입어 수출액이 1년 전보다 4.5% 증가하며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한 달 만에 다시 꺾였다.

조업일수 영향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액은 19억5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 2월(-11.9%)보다는 낙폭을 줄였다. 품목별로는 선박(-31.4%), 디스플레이(-12.8%), 섬유(-8.8), 반도체(-2.7%) 등 20개 주력 품목 중 11개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전체 수출의 25.1%(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대(對) 중국 수출이 5.8% 감소했다. 중남미(-25.8%), 아세안(-1.9%) 지역으로의 수출도 줄었다.

산업활동 부진에 수출 가격 급락

주요 지역별 3월 수출 증감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주요 지역별 3월 수출 증감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수출이 다시 줄어든 건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산업 수요가 줄어든 데다, 저유가 여파가 겹치며 수출 단가가 크게 떨어진 탓이다. 지난달 수출 단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11.7% 낮아졌다. 석유제품(-22.7%)과 석유화학(-17.2%) 가격이 급락했다. 건설·자동차 산업이 침체한 탓에 철강 가격도 9.1% 하락했다. 지난달 수출 물량이 전년 대비 13.1% 증가하며 17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지만, 단가 하락을 이겨내지 못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액도 지난달에는 2.7% 감소하며 한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수출 물량은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PC용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5% 크게 떨어졌다.

조익노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재택 경제가 확산하는 등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견조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가격도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하락세지만 최근 3개월 연속 증가 추세”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디램익스체인지 등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스마트폰·PC 출하량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반등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코로나 진단키트 수출 117% 증가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2020년 3월 수출입 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2020년 3월 수출입 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수출액이 많이 늘어난 제품도 있었다. 특히 한국이 우수성을 인정받은 진단키트는 수출액이 무려 117.1% 늘었다. 이 외에도 감염 우려로 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손 세정제(81.4%), 세안 용품(68.9%) 수출이 많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바이오·헬스 분야 수출액은 23.7% 올랐다.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확산하며 컴퓨터(82.3%), 무선통신(13.3%) 등 정보·통신(IT) 분야도 호조를 보였다.

수출이 지금까지 그런대로 버텨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지난달 유럽, 미국으로의 수출은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는데, 이들 지역에 코로나 19가 점점 확산하고 있다는 게 큰 변수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코로나 19 여파로 북미ㆍ유럽의 자동차 공장 등 주요 생산 시설이 멈춰 서고 있다"며 "주요국 기업의 생산 부진이 실업과 수요 절벽으로 이어지면 한국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4월 이후 수출의 본격적인 감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급격히 악화한 글로벌 경제 및 교역 상황을 고려하면 수출 충격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수출 기업에 대한 유동성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1일부터 오늘부터 인도·러시아·브라질 등 신흥시장에 수출하는 기업의 수입자 한도(무역보험공사의 수출보험 한도)를 10% 일괄 증액한다”며 “차 부품 및 조선 기자재 업체의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한도는 최대 2배 우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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