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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의혹 기소 전직 법관…"이수진 말곤 얘기할 사람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동작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동작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한 이수진(51) 전 부장판사가 양승태(72)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또다시 언급됐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에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는 이규진(58)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전 고등법원 부장판사)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양승태 재판서 또 언급된 이수진…"법정에서 진실 밝힐 것"

"이수진 말곤 이야기할 사람 없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날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진보 성향의 국제인권법학회가 계획한 학술대회와 학회 내 소모임 대응과정에서 이 전 판사와 수차례 상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국제인권법 출신인 이 전 판사는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 전 상임위원은 국제인권법과 관련해 "저로선 얘기할 사람이 이수진 말고 없었다…인권법이 주최할 학술대회에 대해 (이수진과) 상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양승태 대법원이 와해를 시도한 인권법 소속 소모임 관련 판사들을 설득하는 식사자리에도 이 전 판사가 동석한 사실을 말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김명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현 대법원장)이 점심에서 이수진을 언급했다. 인권법과 관련해선 이수진에게 묻기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국제인권법학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이 전 판사와 김 대법원장이 가까운 사이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상임위원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압박하고 와해시키려 한 직권남용 혐의로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법관재임용도 탈락했다. 반면 이 전 판사는 자신을 양승태 대법원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라 주장하며 총선에 출마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2018년 8월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모습. [연합뉴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2018년 8월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모습. [연합뉴스]

기소된 이규진, 총선 출마한 이수진 

이 전 상임위원의 이날 증언은 현재 상반된 처지에 놓인 두 명의 전직 판사가 양승태 대법원 시절 국제인권법학회 대응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수차례 상의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 전 판사 측은 중앙일보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향후 재판에 출석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 말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검사는 이 전 상임위원에게 "이수진에게 인권법이 개최할 학술대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뒤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적이 있냐"고 질문했다. 이에 이 전 상임위원은 "이수진 전 판사가 자기 의견을 말했는지는 특별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학술대회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란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기록 등에 따르면 이 전 판사는 2018년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상임위원이 나에게 인권법 학술대회를 세 차례 막아보라고 했지만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판사는 "내가 학술대회를 막지 못하자 다른 판사들에게 메시지를 주기 위해 대법원 재판연구관에서 대전지방법원으로 좌천이 됐다"고 검찰에 밝혔다.

4·15 총선에서 여야가 서울 3대 승부처 중 하나로 꼽은 서울 동작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전 판사(왼쪽)와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이 맞붙는다. [연합뉴스]

4·15 총선에서 여야가 서울 3대 승부처 중 하나로 꼽은 서울 동작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전 판사(왼쪽)와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이 맞붙는다. [연합뉴스]

이수진 "나는 상고법원 반대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에도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상임위원의 증언은 이 전 판사의 진술과 결이 다소 달랐다. 지난달 27일 이 이 전 상임위원은 법정에서 "이수진에게 상고법원 추진과 관련해 도움이 필요해 2015년 4월 서기호 의원과의 다리를 좀 놔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정의당 소속이던 서기호(50) 당시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추진 과제였던 상고법원을 반대했다. 하지만 이 전 판사와는 가까웠다. 실제 세 사람은 이후 함께 식사했고 이 전 상임위원은 서 전 의원에게 상고법원 추진의 필요성을 전달했다. 이 전 판사는 중앙일보에 "이 전 상임위원이 식사 중 자리를 비웠을 때 서 의원에게 '나는 상고법원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서 전 의원도 "이 전 판사가 그렇게 말한 것은 사실"이라 말했다. 하지만 한 현직 부장판사는 "입법 로비를 위한 다리는 놓아주고, 상사가 없을 때 이 전 판사가 조용히 상고법원을 반대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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