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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과장···"1인당 검사비율 한국과 대등" 알고보니 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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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오늘 검사 1백만 돌파…바이러스와 전쟁에 역사적 이정표"

미국 내 확진자가 16만명, 사망자 3000명을 넘은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 브리핑에서 "오늘 미국 신종 코로나 검사가 100만명을 돌파했다"며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역사적 이정표"라고 선언했다.[AP=연합뉴스]

미국 내 확진자가 16만명, 사망자 3000명을 넘은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 브리핑에서 "오늘 미국 신종 코로나 검사가 100만명을 돌파했다"며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역사적 이정표"라고 선언했다.[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코로나 19) 늑장 검사로 한국을 의식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급기야 "1인당 검사 비율도 한국과 아주 대등한 수준"이란 허위 주장을 폈다. 미국 내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6만명, 3000명을 돌파하자 급한 나머지 실제 인구당 검사 수는 두 배 이상 많은 세계 최고 검사국 한국을 따라잡았다고 둘러댄 셈이다.

美확진 16만명, 사망 3000명 넘자 다급, #한국, 2배 이상 많이 했는 데 허위 주장 #1000명당 미국은 3명, 한국 7.7명 검사 #뒤늦게 "비율 아니라 전체 검사수" 정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 브리핑에서 "오늘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전쟁에 역사적 이정표에 도달했다"며 "이제 미국민 1백만명 이상이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훨씬 많을 뿐 아니라 근접한 나라도 없다"고 자랑하면서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알렉스 에이자 보건장관도 "우리는 이제 하루 10만 샘플 이상을 검사하고 있다"며 "다른 어떤 나라도 도달하지 못한 숫자"라고 맞장구를 쳤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인당 검사(per capita)는 여전히 한국만큼 많이 못 했지 않느냐는 공영방송(PBS) 기자 질문에 "한국과 거의 같은 수준(it’s very much on par)"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누구보다 한국을 잘 안다"며 "한국은 인구가 매우 조밀한 나라며, 서울에 3800만명이 빽빽하게 모여 산다"고 했다.

인구 1000명당 검사 수는 미국이 3명, 누적 검사자가 약 40만명인 한국은 7.7명으로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많이 했다. 1000만 서울 인구도 잘못 말했다.

그는 이어 뒤늦게 실수를 깨달았는지 "1인당을 얘기한 게 아니다"라고 물러섰다. 그러면서 "우리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훨씬 많은 검사를 했고 가장 우수하다"며 "이는 모든 나라가 원하는 게임 체인저"이라고 거듭 자랑했다.

주요국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주요국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파우치 "올가을 2차 발병 예상하지만, 처음과 달리 대처 능력 갖춰" 

미국민 10만명 사망을 경고한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이 30일 백악관 브리핑에선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 때문에 여름에 사라졌다가 가을에 재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미국민 10만명 사망을 경고한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이 30일 백악관 브리핑에선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 때문에 여름에 사라졌다가 가을에 재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앤서니 파우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의 10만명 사망 경고에 따라 미국민 재택 지침을 4월 말로 한 달 연장한 데 이어 이날 "신종 코로나가 가을에 재발할 것"이란 박사의 예측도 시인했다.

그는 파우치 박사는 신종 코로나가 계절적으로 주기적 바이러스가 돼 가을에 재발할 수 있다고 예측한 데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며 "나는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확실히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를 파우치 박사에 넘겼다.

파우치 박사는 "신종 코로나 전염력 때문에 실제 재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러나 설사 가을에 재발해도 올해 초 처음 피해를 본 것보다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검사, 식별, 격리 및 감염 경로 추적 능력은 규모 면에서 두 달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하면서다.

존스홉킨스의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현재 미국 내 확진자는 16만 3807명, 사망자는 3008명이다. 특히 하루 사망자가 500명을 넘었다. 뉴욕 6만 7384명(사망 1227명), 뉴저지 1만6636명(198명), 캘리포니아 7289명(146명), 미시간 6498명(185명) 순이다.

이에 짐 아코스타 CNN 백악관 출입기자가 "바이러스가 기적처럼 사라질 것"이라던 당신 말을 믿었던 국민에게 뭐라고 하겠느냐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국민을 진정시키고 싶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이나 CNN은 그러겠지만, 이 나라가 극심한 공포에 빠지길 원치 않는다"며 "우리나라가 침착하고 굳건하게 싸워 이기길 원한다"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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