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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시험 강행한 연세대 의대…실기수업 못하는 미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의과대학 본관 입구에서 1분기 기말고사 시험을 치르는 2학년생들이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3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의과대학 본관 입구에서 1분기 기말고사 시험을 치르는 2학년생들이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이 30일 본과 2학년생을 대상으로 1분기 기말고사 오프라인 시험을 치렀다. 이에 따라 본과 2학년생 120여명은 연세대 신촌캠퍼스 의대 본관에서 병리학 시험을 치렀다. 오전 10시30분쯤 마스크를 한 채 본관 입구에 도착한 학생들은 발열체크를 하고 문진표를 작성한 뒤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온라인 개강 후 학교에서 처음으로 모인 학생들은 주먹치기 인사를 하며 안부를 주고받기도 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이날 학생들 중 결원은 없었다. 시험을 치르고 나온 학생 A씨는 “시험장 내부는 충분히 넓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전했다.

앞서 연세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외 확산에 따라 온라인 강의를 당초 계획보다 2주 더 연장하고 오프라인 개강일을 4월 13일로 미뤘다. 교무처는 대학 교수진에게 1학기 중간고사는 치르지 않는다는 방침을 지난 26일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의대가 오프라인 시험을 결정하자 연세대 학생 커뮤니티에서는 “지금 모여서 시험을 치면 다른 대학이 사이버강의를 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며 감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학생들과 의견 모은 것…의대는 어쩔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 4월 중순까지 모든 강의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한 연세대가 올해 1학기 중간고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 4월 중순까지 모든 강의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한 연세대가 올해 1학기 중간고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의대 측은 의학이 사람 몸을 다루는 직업군을 양성하는 만큼 시험을 치르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연세의료원 측은 “의대 특성상 교육과정이 워낙 많아 분기별 시험을 치러야 학사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며 “학생 대표와 학교 측이 만나 온라인 시험, 시험 연기도 검토했지만 시험 공정성 문제와 학사 일정상 다른 선택은 무리였다”고 밝혔다. 또 “교무처의 ‘중간고사 부가’ 방침은 의대·치대·간호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며 “학장 책임 하에 '자율적인 학사운영'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많은 학습량과 실습 과정이 포함된 의·치·간대에서 오프라인 시험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B의대 4년차 전공의는 “사실상 오프라인 시험 아니고선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병리학은 암기 시험인데 온라인으로 시험을 볼 수도 없고, 병리학 이후엔 해부학 등 다른 암기시험도 봐야 하는데 기말고사처럼 몰아서 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C대학 치과대 관계자도 “우리도 사이버강의로 학생들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계가 오고 있다”며 “치과대의 경우 실습이 중요한 학습 과정인데 이걸 건너뛰고 다음 학기로 넘어가면 학습에 차질이 생겨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고대 의대가 소속된 고려의료원 관계자도 “우리도 고민 중”이라며 “제일 중요한 건 학생들의 의견이기 때문에 시험을 비롯한 앞으로의 학사 일정을 놓고 학생 대표와 학교 측이 상의 중”이라고 전했다.

“모든 분야가 중요 모임 미루는 중인데…아쉬운 결정”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학습권 피해로 인한 입학금·등록금 환불 운동 돌입' 기자회견에서 민중당 전진희 후보(서울 서대문갑) 선거운동본부와 대학생 등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학습권 피해로 인한 입학금·등록금 환불 운동 돌입' 기자회견에서 민중당 전진희 후보(서울 서대문갑) 선거운동본부와 대학생 등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의대의 특수성을 존중하지만 다소 아쉬운 결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안진걸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의료진들의 노고와 헌신, 그리고 시험이 잦은 의대생들의 특수성을 알고 존중한다”면서도 “모두가 피해를 감수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연장하는 상황에서 연대 의대의 이번 조치는 다소 아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미대 음대 등 예체능계 학생들은 비싼 실기수업 비용을 모두 지불하고 지금 전혀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도 “본부가 정한 일정에 따라 4월 12일까지 모든 시험 일정을 미뤘다”고 전해왔다. 오프라인 시험은 현재까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국내 대학들은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르던 지난 2월 개강을 2주 가량 연기하고 사이버강의로 학사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코로나19가 전세계적 유행(팬데믹) 상황이 된 이후 또다시 오프라인 개강을 연기하고 있다. 연세대는 4월 중순까지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항해기로 하고 '감염병 상황에서의 비대면·온라인 강의 운영 지침'을 교수진에게 내려보내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도록 안내했다. 일부 학생들은 사이버강의 품질 문제와 학과 특성상 비대면 수업이 어려운 경우 등록금 일부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와 코로나대학생119 등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강의로 인한 강의부실, 집행되지 않은 신입생 입학금, 졸업예정자들의 학사일정 차질 등 구체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조치를 고심해야 하는 대학들이 서버구축비용, 방역비용 등 예상치 못하게 들어간 비용을 교육부에 청구하고 있다”며 대학 당국의 등록금 반환 조치를 요구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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