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19 속도전…‘수퍼’ 부양책 연이어 감세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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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돈 2500조원에 육박하는 ‘수퍼’ 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감세안까지 꺼내 들었다.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업이 음식점ㆍ공연장 등을 이용했을 때 쓴 비용을 법인세에서 감면해주는 안을 의회에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업들이 사람들을 음식점에 보내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회의실에 앉아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회의실에 앉아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2017년 세금 제도 개편 과정에서 미 의회는 기업에서 직원ㆍ고객(잠재적 고객 포함)에게 쓴 식대와 엔터테인먼트 비용을 법인세 산출 때 완전 면제해주는 안을 손질해 비용의 절반만 공제해주는 걸로 바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음식업과 엔터테인먼트업계의 피해가 크다며 법인세 공제 비율을 50%에서 100%로 복원하는 안을 의회에 제안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2조 달러(약 2440조원) 경기 부양 예산은 지난 28일 하원을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행정부 승인)만 남았다. 하원 표결이 끝나자마자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안을 들고 나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음식점과 주점 종사자 10명 가운데 1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음식 산업은 광범위한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면서도 “세제 개편을 하려면 국회 의결이 필요한데 이 감세안이 국회 관계자, 산업계의 지지를 받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지원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안을 주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달 초 급여세(payroll tax, 근로소득세) 완전 면제를 제안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벽에 부딪혔다. 급여세 0%를 실행하려면 3000억 달러 재정(추정액)이 필요하고 고소득층에게도 세금 감면 혜택이 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와, ‘급여세 제로’ 대책 논의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좀 더 범위를 좁힌 음식점, 엔터테인먼트 사용 비용 법인세 공제라는 안을 들고나왔다.

미국 헌팅턴 해변가에 나붙은 '거리 유지' 경고 표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경제는 '셧다운' 위기에 직면했다. 연합뉴스

미국 헌팅턴 해변가에 나붙은 '거리 유지' 경고 표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경제는 '셧다운' 위기에 직면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ㆍ세제 가리지 않고 말 그대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됐다. 29일 기준 확진자 수는 10만1277명을 기록했다. 하루 사이 1만9252명(23%) 급증하면서, 이탈리아(8만6498명)와 중국(8만1340명)을 추월한 것이다.

전망은 여전히 우울하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미국 방송 CNN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한다면 미 국내에서 10만~20만 명 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가격리 권고 가이드라인을 다음 달 말까지 연장해 실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으로 문을 닫은 공장과 가게가 늘면서 미국 경제는 사실상 마비 상태다. 2조 달러 경기 부양 패키지가 의회를 통과한 이후인 27일에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4.06%), 나스닥종합지수(-3.7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3.37%)는 동반 하락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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